[새마을운동, 세계의 희망으로] <6>에티오피아 오로미아주 데베소마을·아둘랄라 마을

입력 2013-08-08 07:04:05

안전한 물 확보 되니, 축사 지어 소득사업 진행 '수도가 가져온 기적\

새마을운동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열악한 기반시설이다. 도로나 상수도, 관개시설 등 거주 여건 자체가 워낙 부실하다 보니 다양한 교육 및 소득 증대 사업들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들은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매달려야 한다. 그러나 일단 기반시설이 확보되면 마을은 눈부시게 변화한다.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다양한 사업들이 가능해지고,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있게 된다. 위생 상태도 크게 나아진다. 침체됐던 커뮤니티도 활성화된다.

오로미아주 데베소 마을과 아둘랄라 마을이 좋은 사례다.

◆비만 오면 고립무원, 데베소 마을

데베소 마을은 한도데 마을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다. 이 마을에는 241가구, 주민 1천174명이 산다. 주로 밀이나 보리, 옥수수, 붉은 양파, 양배추 등을 재배하지만 우기에만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수확량은 형편없다. 데베소 마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길'이다. 도로에서 비포장길을 따라 6, 7㎞나 들어가야 한다. 주민들은 '가리'라고 부르는 마차를 타고 다니거나 그냥 걷는다.

문제는 우기다. 비가 오면 마을은 고립된다. 질퍽한 진입로 때문이다. 곳곳에 함정처럼 움푹 파인 진입로는 사륜구동 자동차도 애를 먹을 정도로 엉망이 된다. 진입로를 닦아도 우기에는 모두 사라진다. 워낙 많은 비가 쏟아지는데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땅에 깊게 도랑이 파이며 쓸려나가기 때문이다. 우기가 되면 낮은 지대는 모두 강으로 변하고 하천의 폭도 순식간에 서너 배로 넓어진다.

이에 따라 새마을봉사단은 지난해부터 우기에도 견딜 수 있는 진입로와 안길을 정비했다. 도로 가장자리에는 배수로를 만들고 진입로 2곳에는 물에 쓸려 내리지 않도록 잠수교도 설치했다. 주민들은 공동 작업에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작업에 참여한 주민들에게는 하루 20~30ETB(에티오피아 비르)를 지급하고 그중 15%를 새마을기금으로 적립했다.

부족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빗물 저장 장치도 만들었다. 새마을회관 옆에는 가로 9m, 세로 2m, 깊이 4m 규모의 저수시설을 조성해 7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바닥에는 비닐을 깔아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했다. 물이 차면 8개월 동안 하루 400ℓ씩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주민들이 회의나 교육, 유치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마을회관도 건립했고, 기자재 창고도 만들었다. 새마을회관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데베소 산 아래에는 농사에 쓰거나 가축을 먹일 물을 저장하는 저장탱크 3기를 설치했고, 인근에 시범농장을 조성해 옥수수와 양파 등을 재배하고 있다. 태양열 조리기구를 시범제작해 8개 부락에 보급을 한 상태다. 소득 확대를 위해 가축은행을 도입해 염소 등 가축 247마리를 분양하기도 했다. 푸까루 시파로(47) 아룰라 부락 대표는 "토론과 협력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새마을봉사단은 마을이 원하는 사업을 챙기고 토의를 거쳐 발전 방향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물이 바꾼 변화, 아둘랄라 마을

아둘랄라 마을은 에티오피아 제2의 도시인 나자렛 인근에 있다. 도로가에는 노란색 물통을 2개씩 얹은 당나귀 행렬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작대기를 들고 당나귀를 몰고 다니는 건 아이들이다. 상수도 보급이 미미한 에티오피아에서는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 식수로 사용한다.

354가구, 1천30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의 가장 큰 숙제 역시 '물'이었다. 매일 오전 6시가 되면 아이들은 당나귀를 몰고 물을 길으러 나섰다.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다. 꼭두새벽에 출발해도 우물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줄을 서도 한두 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소나 염소, 당나귀 등 가축들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몇 시간 거리의 웅덩이로 몰고 나갔다. 매일 반복되는 고단한 여정이었다.

지난 5월 아둘랄라 마을에 상수도가 설치되면서 마을 풍경도 확 바뀌었다. 새마을봉사단은 3㎞가량 떨어진 하테 마을에서 개발한 지하수를 펌프를 이용해 아둘랄라 마을까지 연결했다. 새마을회관 앞에 2만ℓ 용량의 저장 물탱크와 수도꼭지도 설치했다. 수도꼭지를 틀자 물이 콸콸 흘러나왔다. 물을 보고 달려온 아이들이 옷을 벗어젖히고 온몸을 씻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앞다퉈 물통을 들고 뛰어왔다. 회관 앞 빨래터에서는 주민들이 연신 비누거품을 내며 빨래를 비볐다. 빨래는 따로 물값을 내지 않아도 된다. 마을구판장에서 낸 수익으로 요금을 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각 부락별로 순번을 정해 정해진 시간 안에 빨래를 한다. 상수도가 개설되기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풍경이다.

물이 가까워지면서 목욕이나 빨래를 할 수 있게 돼 위생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됐다. 두 아이의 엄마인 로미(20) 씨는 "아이들을 제때 씻길 수 없어 건강과 위생 문제로 항상 불안했는데 상수도가 연결되고 훨씬 나아졌다"며 "과일도 재배해 수확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과 함께 소득 증대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마을 부녀자들은 잠바바 잎에 색을 물들여 바구니를 짠다. 기존의 바구니보다 상품성이 한층 높아졌다. 물이 나오지 않을 때는 염색은 상상도 못했다. 봉사단원들은 더 예쁜 바구니를 만들기 위해 매주 금요일 디자인 교육도 하고 있다. 가축들에게 먹일 물이 확보되면서 공동축사를 지어 가축들의 살을 찌우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국제여성가족교류재단(IWFF)과 연계해 양치질 등 구강 위생교육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제때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 새벽에 물을 길으러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80여 명이던 유치원생이 90명 이상으로 늘었다. 바라카츠(10) 군은 "학교에 제시간에 갈 수 있고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에티오피아 오로미아주에서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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