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중국은 구조조정 중

입력 2013-08-07 15:16:57

우리에게 이웃나라인 일'중 양국의 공통점이 있다면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것이다. 그만큼 힘겹다. 최근 일본은 재무장을 위한 헌법 개정을 바닥에 깔고 한일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켜 왔다. 이런 판국에 우리 총리는 최근 일본 아베 총리의 대변인이냐는 힐난을 받았다. 일본 방사능 위험을 알리자는 SNS를 처벌하겠다는 말이 화근이었다. 때마침 그들은 독도 영유권을 놓고 여론조사를 벌이는 해괴한 행태도 내보였다.

중국은 어떤가? 얼마 전 우리 여객기의 착륙 사고를 보도하면서 어느 종편이 '한국인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말 한마디로 사고를 쳤다. 우리 대통령이 세 차례나 사과하고, 현지 대사가 중국 언론에 일일이 사과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그래도 중국인들의 가슴에 박힌 못은 남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방중 효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총리를 비판하고 종편을 처벌해서 끝날 일인가? 이런 일들은 그냥 터지는 게 아니다. 그 하나하나가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체제의 위아래를 뒤돌아보게 하는 심각한 사회구조적 병리현상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선결 과제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우리의 대외경제 의존도는 하늘 끝에 닿아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우리 후손의 삶도 외부 경제 환경이 뒤흔들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보자. 오랜 과소비에 중독되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된 미국은 양적 완화의 출구를 찾고 있다지만 이미 달러 체면은 돌이키기 어려워진 상태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달러화에 대하여 우리 원화는 30% 이상 절하된 데 비해 중국 위안화는 30% 이상 절상됐다. 중국시장에 진출한 우리 중소기업들이 중국의 인건비 상승에 아우성치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이 환율 변화에서 비롯된다.

위안화 절상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대외무역에서 탄탄한 흑자를 지속 중이다. 그렇게 10여 년 동안 쌓인 흑자로 2조달러 가까운 미국의 국공채를 꼬박꼬박 사들여 언제 벌어질지 모를 미국의 달러 게임에 대비하고 있는 게 중국 정부의 핵심적인 대외 전략을 이루고 있다. 달러는 미국 화폐지 중국 화폐가 아니다.

어느덧 중국 경제는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이 중국 경제가 지금 구조조정 중이다. 세계경제가 힘든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쌓여온 거품을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작용했다. 이를 두고 우리 사회는 '아니면 말고' 식의 헛갈리는 얘기들이 무성하다. 중국에서 초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것이라는 둥, 중국의 경착륙이 세계 성장을 반 토막 낼 것이라는 둥, 그래서 중국 경제가 끝장날 것이라는 둥, 갖가지 소문이 한편에 도사리고 있는가 하면, 중국이 20조원에 달하는 한국 증권을 마구 사들이는 큰손으로 등장하여 '중국이 한국 점령을 시작했다'는 식의 상반된 얘기도 있다. 이런 황당한 소문에 휩쓸리면서도 우리가 중국 경제나 세계경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지난 3월에 출범한 시진핑 정부는 그동안 초고속 성장 속에 부풀어 오른 거품의 제거에 착수했다. 신정부는 쓰촨성 당 부서기 리춘청(李春城)을 비롯하여 충칭, 광둥, 산둥 등에서 부패한 관료들을 다수 체포하였다. 체포는 경제가 번성한 광둥 지역이 가장 많았고, 여자 문제가 발단이 된 사례가 많았다. 군부대에 금주령에 가까운 절주 명령이 내려지자 마오타이와 우량예 등 우리 귀에 익은 고급 고량주 값이 폭락했다. 고위 관료들에게는 의례적인 연설 방식을 금하고, 국민들에게는 식당에서 먹고 남은 음식을 집으로 싸 가지고 가도록 권장하기도 했다. 명품을 들고 다니는 공직자가 표적이 되자 갑자기 고급 손목시계가 사라지는 풍경도 생겼고, 불필요한 해외 출장도 줄이고 있다. 방만한 금융을 조정하는 작업이 바닥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의 지도부는 더 이상 8% 경제성장에 미련이 없다. 7%도 좋고 6%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성공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게 되면, 미국의 시장 규모를 추월하는 것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광수/한광수중국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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