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 울리는 방사능 괴담

입력 2013-08-07 10:40:23

일본산 수산물 판다더라" 손님 불안에 매출 된서리

"방사능에 노출된 일본산 수산물이 한국에 대량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명태의 90% 이상이 일본산이다."

최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일본산 수산물 괴담이 번지면서 수산물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면서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이 금지됐고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도 방사능 검사를 거쳐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담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면서 생선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크게 줄어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6일 오후 서문시장의 한 생선가게. 더운 날씨에 쉽게 변질되는 생선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상인은 계속해서 얼음을 생선에 붓고 있었다. 원양산 고등어를 살펴보던 손님이 "이거 혹시 일본산은 아니죠?"라고 물었다. 상인이 동중국해에서 잡힌 고등어라고 설명했지만 손님은 마뜩하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섰다. 상인은 "요즘 일본 수산물과 관련된 안 좋은 소문이 많이 나돌면서 손님들이 일본산이 아닌지 많이 물어본다. 폭염으로 가게를 찾는 손님이 줄어 어려운데 수산물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손님이 더 끊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형유통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일본산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일본산 생태를 러시아산으로 대체했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일본산 대신 노르웨이나 러시아산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수산물 매출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대구지역 이마트의 경우 올 7월 수산물 매출이 전년 대비 6.1% 하락했다. 품목별로는 명태가 30.7%로 가장 많이 줄었고 이어 갈치(19.3%), 고등어(20.7%) 등의 순이었다. 여름철이 수산물 비수기인데다 좋지 않은 소문까지 나돌면서 매출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생선을 취급하는 음식점들도 잔인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대구 남구의 한 식당은 일본산 갈치를 사용하다 최근 국내산으로 바꿨다. 메뉴판에 원산지 표시가 '일본산'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불안해하는 손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내산으로 재료가 바뀌면서 1인분 1만원이던 갈치조림의 가격이 1만5천원으로 상승하는 바람에 손님들의 발길은 크게 줄었다. 식당 주인은 "방사능 검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정된 수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불안감이 너무 커 국내산으로 재료를 바꿨다"며 "가격이 오르자 갈치조림을 찾는 손님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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