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사기 '대포통장' 月 1000개 개설

불법금융 특별법 시행 2년, 36417건…68%가 농협서

올 들어 매달 1천개의 '대포통장'(통장을 개설한 사람과 실제 사용자가 다른 통장)이 개설돼 전화금융사기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화금융사기에 쓰인 대포통장 가운데 68%가 농협 단위조합과 농협은행에서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9월 30일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 시행 이후 올 6월말까지 전화금융사기에 쓰인 대포통장이 3만6천417건이었다.

월평균 대포통장 개설 규모는 지난해 5월 1천552건이었지만 정부가 불법사금융 척결에 나서자 같은 해 6월 424건, 7월 384건으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대포통장 개설 규모는 올 1월 다시 1천195건으로 늘어나는 등 올 상반기에는 월 평균 925건에 달했다.

계좌를 만든 뒤 사기에 이용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5일 이내인 경우가 50.9%였다. 대포통장 명의자를 살펴보면 개인이 전체의 97.8%(3만3천360명)로 대부분이었고 법인은 2.2%(746사)에 불과했다.

개인명의자 3만3천360명을 살펴보면 남성이 65.3%, 여성이 34.7%였고 연령별로는 30∼50대가 81.3%로 대다수였다. 사회 초년생인 30세 미만 명의자도 12%에 달했다.

금융회사별로는 농협 단위조합(1만6천196건)과 농협은행(8천544건)에서 개설된 대포통장이 전체의 68%(2만4천740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에서 개설된 대포통장 비중이 11.2%(4천79건), 외환은행이 3.8%(1천371건), 신한은행이 3.5%(1천278건)로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양현근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사기범들은 취약계층이 많은 농어촌지역을 선호하는데 농협의 경우 농어촌 점포가 많다"며 "해당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대포통장 개설이 많은 또 다른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농협은행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어 이행실적을 분기마다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은행권과 공동으로 TF를 꾸리고 안전행정부의 '신분증진위확인 통합서비스'를 은행에서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신분증진위확인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창구직원이 관련기관을 통해 신분증 사진과 지문의 특징을 전송받아 고객 신분증과 대조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또 반복적인 대포통장 양도 이력이 있을 경우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해 금융거래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하반기 안에 추진할 방침이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