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신고해야 보험처리'…운전자 "사고처리 더 복잡한 탁상공론"

입력 2013-08-05 10:09:15

손보업계 "보험 사기 줄여" 경찰 "업무 늘어 처리 지연"

국토교통부가 가벼운 교통사고라도 경찰에 신고해야 보험처리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토부와 금융위원회, 보험업계 등은 국토부가 교통사고에 의한 인적 피해가 가볍더라도 경찰의 사고증명서를 첨부해야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접촉사고나 부상이 가벼운 교통사고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하면 경찰에 따로 신고하지 않고 의사의 진단서만 있으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교통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의무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1990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문화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의 증가와 이와 관련한 보험사기도 증가해 왔다는 것이 국토부와 보험업계의 판단이다.

이번 입법 추진 계획에 대해 운전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방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 운전자는 합의로 간단히 끝날 수 있는 사고처리를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모(28'대구 동구 둔산동) 씨는 "단순 접촉사고나 경미한 사고에 월차 써가며 경찰서를 오가면 그 번거로움과 손해는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느냐"며 "정말 국토부의 방식이 보험사기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모(38'대구 동구 율하동) 씨는 "얼마 전 접촉사고로 경찰에 신고했을 때 가해자 측에서 가짜 증인을 내세우는 바람에 오히려 덤터기를 쓴 적도 있다"며 "실제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시선도 탐탁지 않다. 오히려 업무 과중으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대구경찰청 한 관계자는 "전체 교통사고 중에서 경찰에 신고된 건보다 신고되지 않고 합의로 정리되는 건이 훨씬 많다"며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교통사고를 담당하는 경찰의 업무는 훨씬 더 늘어나 처리가 지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는 입장.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더 안전운전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보험사기 감소와 보험료 인하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가능하다"며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어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찰의 사고증명서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인명사고의 경우를 기준으로 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며 "아직 검토 중인 단계이므로 확정적인 사안은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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