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쿵쾅·에어컨 윙∼ "무더위보다 참기 힘들어요"

입력 2013-07-26 11:30:35

더워서 창문도 못 닫고 아이들은 독서실 생활…두통·어지럼증 병원 치료

23일 오후 2시쯤 대구 동구 신천동 주택가 한 6층 상가건물(연면적 738㎡) 공사현장. 바로 옆 단층 주택 벽과 5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부들이 공사 자재를 나르며 발생하는 소리가 동네에 울려 퍼졌고, 시멘트와 흙가루가 바람에 날렸다. 인근 주택 마당에는 공사장에서 떨어진 동전 크기만 한 콘크리트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주택 벽에는 어른 손가락 2개가 들어갈 정도의 균열이 나 있고, 지붕 일부는 비틀어져 벽 구조물에서 3㎝가량 떠있었다. 마당 창고 천장은 손바닥 크기의 콘크리트 덩이가 떨어져 철근이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심순염(62'여) 씨는 이곳 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도시가스를 설치했고, 올 1월에는 집수리를 했지만 3월부터 시작한 상가건물 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으로 현재까지 온전한 입주를 못하고 있다. 풀지 못한 이삿짐이 집안 곳곳 먼지가 쌓인 채 놓여 있었다.

생활소음과 진동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여름철을 맞아 더욱 일찍 시작되는 공사장 소음으로 생활의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진동으로 인해 집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재산상의 손해도 발생하고 있다. 또 세차장과 에어컨 실외기, 청소차, 동물 소리 등 밤낮으로 발생하는 가지각색의 소음은 무더위로 지친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생활소음 중 가장 빈번한 '공사소음'

심 씨의 대학 4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은 소음 때문에 집에 머물 수 없어 주로 독서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심 씨는 소음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과 어지럼증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심 씨는 "봄에는 터를 다지는 기초공사를 한다고 폭발 같은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더니 여름 들어선 공사 시작 시각이 빨라져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가건물 공사를 맡은 S건설 현장소장은 "오전 7시 이후에 작업을 하도록 하고 공사현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소음 피해를 줄이도록 인부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며 "심 씨의 건물은 워낙 노후돼 있던 터라 공사 이전부터 균열이 생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공사장의 경우 무더운 한낮을 피하기 위해 작업 시작 시각을 당기거나 휴일에 공사를 진행해 이웃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수성구 만촌동 한 아파트 옆 공사장에선 일요일인 이달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대형굴착기가 동원돼 돌을 내려놓고 부수는 작업을 했다. 물을 뿌려 먼지를 가라앉혔지만 소음은 막지 못했다. 공사현장 좌우로 아파트 505동과 506동이 있고 가운데 503동이 공사현장과 마주 보는 U자 형태여서 소리가 증폭돼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동구 신서동 한 원룸공사 현장의 경우 오전 6시 30분이면 인부들이 작업을 시작해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이웃주민 윤모(35) 씨는 "공사 소음으로 인해 아침 일찍 깨게 되고, 잠이 부족해 온종일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더운 날씨에도 아침에 창문을 열지 못한다"고 했다.

동구청 환경자원과 관계자는 "폭염을 피할 것을 권고하는 여건 속에서 여름철만 되면 아침 일찍 공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소음이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작업 시작 시각을 오전 7, 8시 이후로 늦추도록 요청하는 것은 물론 방음벽 시설을 설치하고 굉음이 심한 절단 작업은 막힌 공간에서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낮으로 괴롭히는 다양한 소음들

생활소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사장 소음 외에도 밤낮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소음 때문에 주민들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구 비산동 한 주유소 세차장은 물을 뿌리는 소리가 시끄러워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높은 압력의 물이 분사해 차의 때와 얼룩을 씻어내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발생하는 것. 김모(45) 씨는 "물을 뿌리는 소리가 너무 요란해 세찬 소나기보다 더 시끄럽다"며 "물 분사기를 사용하려면 압력을 낮추고 시내버스 승강장처럼 차단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달서구 대곡동 한 아파트 옥상의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주민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지난해까진 실외기 방음 패널이 있었지만 올해 새 에어컨을 설치하면서 방음패널을 설치하지 않아 밤새도록 마치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처럼 들린다.

달서구 용산동의 한 아파트는 여름철만 되면 음식물처리와 쓰레기 수거 차량의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겨울에는 오전 7시쯤 오는 차량들이 최근엔 낮 12시 30분쯤(음식물 수거 차량)과 오전 5시(쓰레기 수거 차량)로 나눠 오면서 수거함을 들고 내려놓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동구 용계동 한 다가구주택(3동 20여 가구 거주)의 주민들은 인근 연밭에서 울리는 황소개구리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보통 황소개구리의 짝짓기 시기는 5~7월로 더운 여름 창문을 열고 지낼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 이에 동구청은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는 동물의 울음소리는 환경법상 단속이나 처벌규정이 없어 처리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여름철에 창문 등을 열어놓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생활소음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불쾌지수로 인해 신경이 더 예민하게 된다"며 "소음은 개인마다 민감도가 다른 감각적인 공해이기 때문에 판결을 통해 획일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원만하게 화해할 수 있게 중재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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