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한여름밤의 추억, 월성계곡

입력 2013-07-25 14:16:52

시원하다 못해 한기까지…아이들은 물놀이에 신나

남해 사촌해수욕장의 고생을 뒤로하고 바다의 짠 내를 씻어줄 거창 월성계곡으로 향했다. 월성계곡은 수승대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나온다. 캠핑하기에 그만인 계곡이다.

월성계곡에는 10여 년 동안 알고 지내는 형님 한 분이 있다. 형님 덕에 우리는 사시사철 도시가 싫으면 짐을 싸들고 그곳으로 달려간다. 형님은 항상 반갑게 맞아준다. 이번에도 신세를 많이 졌다.

월성계곡, 일단 그곳은 시원하다. 시원하다 못해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맑은 물이 있어 물놀이하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무엇보다 산속이면서도 벌레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남해에서 모기 때문에 고생한 터라 모기라면 진저리가 난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과 안지기(부인)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의 하나가 바로 월성계곡이다.

그러나 사촌해수욕장에서 1박 한 우리는 다시 짐을 싸기란 쉽지 않았다. 캠핑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이트를 정리하고 짐을 챙겨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린 짐을 챙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힘들게 짐을 정리해 월성계곡으로 향했다. 사촌해수욕장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월성에 도착했다.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가 넘은 시각에 출발, 월성계곡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넘었다.

자리가 없을까 봐 걱정을 했지만 형님이 벌써 좋은 자리를 찜해 두었다. 그곳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숙련된 남자 네 명이 후다닥 사이트를 구축하고, 또 후다닥 저녁 준비를 한다.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워낙 같이 다닌 시간이 많아 끈끈한 팀워크가 있어 더 빠르다. 40분여 만에 사이트를 구축하고 저녁준비를 마쳤다.

먼저 배고프다고 새끼 새처럼 쫑알대는 아이들부터 식사를 하게 했다. 어른들은 식사 겸 반주도 한 잔 했다. "그래 이 맛이야~~."

끈적임도 없고 햇볕에서 그렇게도 괴롭히던 모기도 없었다. 밤하늘엔 별이 왜 그렇게 많은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바닷가는 순전히 아이들을 위한 캠핑이었다면, 이곳 월성계곡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행복지수를 올려주는 그런 장소였다.

산속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그리고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약간 쌀쌀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전날 바닷가에서 모기와 더위 때문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피곤했다. 우린 좀 이른 시간에 각자의 텐트에 들었다. 피곤함과 쌀쌀한 기온, 그리고 침낭 속의 포근함에 금방 곯아떨어졌다.

일찍 잠자리에 든 때문인지 다음 날은 여느 때보다 다들 일찍 일어났다. 일기예보에 오후부터 비 소식이 있었기에 서둘러 아침을 먹고 텐트와 짐을 정리했다. 아니나다를까 짐을 정리하고 나니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일기예보에는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했다. 월성 형님은 "이곳은 산 중턱이라 일기예보가 가끔 틀릴 수 있다"며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비를 맞을 수 있다"고 했는데. 딱 맞아떨어졌다.

오락가락하는 비를 맞으며 계곡에서 신나게 놀았다. 물장구도 치고 고기도 잡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들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특히 아이들은 바닷가에 이어 계곡에서도 원 없이 놀았다. 이번 캠핑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아들 녀석이 말한다. "아빠 이번 캠핑은 왠지 4박5일 정도 한 것 같아요. 정말 정신없이 신나게 놀았어요."

"그래, 아빠도 정말 길게 있다가 가는 것 같다. 다음에도 이렇게 놀자."

아들 녀석은 정말 많이 놀아서 길게 느껴진 것이고, 나는 정말 많은 일들을 해서 그런 느낌이 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손명수(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부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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