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철학자가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과 사회가 추구해야 할 정의와 이상을 가르치는 최고의 학문인 철학을 완성한 철학자만이 이상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론'에서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왕이 철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자는 공평무사한 중용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이 중용을 실현하는 인물은 덕(德)과 인(仁)으로 무장한 성인(聖人)이다. 플라톤의 철학자와 비슷한데 두 사람 모두 절대왕정을 전제한다.
반면 노자(老子)에게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도덕경에서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이라 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작은 생선을 삶을 때는 조금만 들쑤셔도 살이 부서져 엉망이 되기 때문에 그저 가만히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약팽소선'은 교수들이 정한 2006년의 희망 사자성어이기도 했다.
이 말의 출처는 시경의 회풍(檜風)이다. 주나라 말기의 작은 제후국이었던 회나라의 정치가 어지러울 때 백성이 불렀다고 한다. '누가 물고기를 삶을 것인가/ 가마솥에 물을 부을 텐데'(誰能烹魚 漑之釜鬵'수능팽어 개지부심)라고 했는데 여기에서부터 팽어(烹魚)가 흔히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비유됐다.
플라톤, 공자, 노자는 모두 추앙받는 사상가지만 이들의 이상이 실현된 적은 없다. 플라톤과 공자는 자신의 이상론을 현실 정치에 대입하려다 실패했고, 노자도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관심이 있었으나 누구도 그에게 정치를 맡기지는 않았다. 세 사람은 모두 2천500년 전의 인물로 당시는 나라와 사회가 단순해 이런 이상론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대통령의 입이 치국(治國)이다. 어떤 일이든, 대통령의 한마디만 떨어지면 어쨌든 나라가 굴러가는 것처럼 보여서다. 취득세 인하나 대학의 교직원 사학연금 대납, 국제중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 부서 간 이견이 심하거나 법적 문제가 있어 조치하기 어렵다며 딴소리를 하다가도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책이 나온다. 마치 준비해두었다가 '대통령께서 한마디만 하시면…'이라고 기다린 것처럼 보인다. 이러니 나라와 국민이 모두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통치자가 '약팽소선'하다가는 나라 말아먹기 딱 알맞은 세상에 사는 죄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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