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텃밭으로 만들자] <3>산업으로 정착하는 도시농업

입력 2013-07-20 07:28:21

농부도 요리사도 예술가도 '도시농업' 손잡았다

도시농부와 요리사, 수공예작가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는 문화 장터
도시농부와 요리사, 수공예작가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는 문화 장터 '마르쉐@혜화동'의 모습.
대구의 한 건축회사가 시판을 준비하고 있는 복합섬유시트를 이용한 포켓 형태의
대구의 한 건축회사가 시판을 준비하고 있는 복합섬유시트를 이용한 포켓 형태의 '수직정원'.
지렁이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분변토를 만들어 토양의 유기성을 좋게 해 상자텃밭 등에 유용하다.
지렁이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분변토를 만들어 토양의 유기성을 좋게 해 상자텃밭 등에 유용하다.

매월 한 차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앞에서 '마르쉐@혜화동'이라는 이름의 이색 장터가 들어선다. 도시농업 장터 형태인 마르쉐@혜화동은 도시농부와 시민들과의 직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요리사가 유기농 채소로 요리를 하며 손님과 요리법을 놓고 토론도 벌인다.

장터 한쪽에서는 포크나 재즈 공연이 펼쳐지고 '푸드 토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농부와의 대담도 이뤄진다. 다른 한쪽에서는 수공예 작가들이 자신의 공예품을 판매하는 풍경이 연출된다. 이처럼 마르쉐@혜화동은 단순한 도시농업 장터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시민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 도시농업은 열풍을 타고 또 다른 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퇴비나 농기구, 상자텃밭 등 후방산업의 성장은 물론, 장터와 문화, 패션 등이 접목해 문화콘텐츠산업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수직정원이나 지렁이 농장, 말 분뇨로 만든 퇴비 등 새로운 형태의 상품들도 도시농업 산업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도 도시농업 관련 산업이 본격적인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도시농업이 앞으로 어엿한 산업군으로 이름을 떨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화'패션 등으로 파생

마르쉐@혜화동은 '도시농부와 요리사, 수공예작가가 함께 만드는 도시형 음식장터'를 표방한다. 이 장터를 공동 운영하는 송성희(10년후연구소 대표) 씨는 "도시농부가 늘어나면서 수확물을 나누는 장터가 필요했고 먹거리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만드는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장터는 생산자와 요리사가 어떻게 채소를 키우고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대해 소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농사를 짓고 그 수확물로 음식을 만들어 같이 먹는 장터로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정착하고 있다.

이 장터는 입소문을 타면서 참여하려는 도시농부나 요리사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장터에 참여하려면 채소를 직접 키우고 직접 요리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현재까지 45개 팀 가량이 장터에 참여하고 있다. 방문객들도 계속 늘어나 보통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장터가 서면 2천여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도시농업은 패션 산업으로도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 친환경 패션 브랜드는 올해 3월 몸뻬 바지와 농부 바지 등 이른바 '농부 패션' 제품을 내놓았다. 기존 제품과 달리 디자인과 화려한 색상을 넣어 젊은이들도 쉽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천재용 실장은 "몸뻬 바지는 모두 팔렸고 좀 더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수익보다는 젊은이들에게 농사의 중요성과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농부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농부 패션은 외국에서도 하나의 트렌드다. 베르사체나 디올 등 명품 브랜드가 패션의 한 꼭지로 농부 패션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농기구 또한 디자인이 가미되면서 패션화되고 있다. 한 천원숍에는 도시농업 코너가 마련돼 있다. 호미와 삽, 곡괭이 등 농기구들과 원예 관련 소품이 전시돼 있는데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색상을 자랑한다.

박지영(34'대구 수성구 두산동) 씨는 "자그마한 텃밭을 분양받았는데 여기서 곡괭이와 삽 등을 구입했다"며 "디자인이 예쁘면서 크기가 작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 디자인 소품 쇼핑몰에 따르면 최근 들어 디자인이 가미된 미니삽세트나 가드닝 장갑 등 농업 관련 소품 등록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신상품 출시…후방산업도 성장

도시농업이 활발해지면서 퇴비나 농기구, 상자텃밭 등 도시농업을 생산하기 위한 후방산업 또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기술과 형태가 접목돼 도시인들이 편리하게 도시농업을 즐길 수 있는 상품들도 잇따라 나오면서 후방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대구의 한 건축회사는 최근 복합섬유시트를 이용한 포켓 형태의 '수직정원' 시판을 준비하고 있다. 이 수직정원은 단수 또는 다수의 포켓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아파트 발코니 등에 빨래처럼 걸 수 있다. 수직정원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발코니 공간이 협소한 아파트에 적합하다. 물 주기가 편하고 통기성이 좋으며 아파트 조경을 꾸미는 데도 유리하다는 것.

이 업체는 실내외용으로 만들어 올해 10월에 지역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도시농업박람회에 출품할 예정이다.

한국마사회가 출자한 한 사회적기업은 지난해 9월 설립해 경주마 배설물을 이용해 농가용 마력과 퇴비, 흙밥, 마분토 등을 생산한다. 이 업체 최효성 팀장은 "경주마 배설물은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은데다 냄새가 전혀 없어 특히 도시농업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올해 5월에 서울도시농업박람회에 출품해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앞으로 이 업체는 상자텃밭에 적합하도록 계량화를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며 2014년까지 연간 2억원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상자텃밭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 나오는 상자텃밭은 가격을 크게 낮추고 편리성을 극대화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것. 경기도의 한 상자텃밭 제작업체는 밑에서 삼투압을 통해 물을 빨아들이는 상자텃밭을 개발해 특허 등록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위에서 물을 줘 밑 부분에 물이 고이다 보니 뿌리가 썩는 기존 상자텃밭의 단점을 극복한 것. 올해 상반기에만 대구 1천288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1만4천996개를 조달청으로 납품했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비용도 2만7천원~3만6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가정용 LED 수경재배기도 시장에서 속속 선을 보인다. 경기도의 한 업체는 다단재배방식으로 공간 효율성을 높인 LED 수경재배기를 최근 열린 경기도 시흥도시농업박람회에 출품했다. 여러 가지 채소를 외부환경의 영향 없이 물과 영양액으로 실내에서 재배할 수 있으며 자동시스템으로 손이 거의 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지렁이농장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렁이는 하루에 자기 몸의 절반의 양을 먹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탁월하다. 또한 화분이나 상자텃밭 등에 넣어두면 분변토를 만들어 토양의 유기성을 좋게 한다. 경남 김해에서 지렁이농장을 운영하는 성현철 대표는 "보통 지렁이가 포함된 흙을 주문하는 소비자의 70~80%가 도시인"이라며 "조금씩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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