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일본 대마도

입력 2013-07-18 14:05:00

후텁지근한 날씨…소나기 맞으며 페달 밟아

자전거동호회 언니들과 일본 대마도로 라이딩을 떠났다. 새벽에 대구를 출발, 부산에 도착해 수속을 밟은 다음 대마도행 배에 자전거와 짐을 실었다. 드디어 출발. 상쾌한 바닷바람이 좋았다. 땅 위만 달리다가 바다 냄새를 맡으니 그저 날아갈 것 같았다. 갈매기도 친구가 되었다.

그것도 잠시. 파도가 거세지더니 뱃멀미가 시작됐다. 머리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토하기 시작했다.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뱃멀미는 한동안 계속됐다. 거의 실신상태가 될 정도로 심했다. 대한해협은 대구 주부들의 대마도 방문이 그리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힘든 통과의례를 치렀다.

고생 끝에 대마도에 도착했다. 그러나 배에서 내리는 순간 '헉' 하며 숨이 막혔다.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음습하더니 폐 속까지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그 정도로 덥고 습했다. 또 한 번의 통과의례를 치렀다.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조용한 마을이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자전거를 끌고 숙박할 곳을 찾아 나섰다. 도로는 조용했다. 자동차들은 우리를 앞지르지 않고 양보해줬다. 일본인의 친절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대마도 사람들은 처음 보는 우리에게 먼저 밝게 웃으며 인사하며 다가왔다. 우리 역시 웃음으로 인사했다. 역시 웃음은 통하나 보다. 바로 친해질 수 있었다.

자전거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잘 보전된 자연환경이었다. 부러진 나무는 부러진 대로, 떨어진 돌은 깨진 채로 그대로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연이 하는 대로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대로 달렸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 타는 재미도 있었다. 후텁지근함이 한결 가셨다. 그만큼 대마도 더위와 습도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났다. 도착한 곳은 한국기념관. 무궁화가 피어 있었다. 보는 순간 가슴 뭉클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를 보다니. 정자도 있었는데, 건물 자재는 모두 한국에서 직접 가져와 지었다고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휴대폰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 안내인은 "이곳은 휴대폰 통화가 되지 않는 유일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늦게 미우다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텐트촌에서 숙박하기로 하고 바로 옆 해수욕장에서 언니들이랑 물놀이했다. 작은 바위섬에 올랐다. 그때 누군가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모두 따라 불렀다. 그것도 4절까지 불렀다. 순간 애국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대마도는 우리나라보다 물가도 엄청나게 비쌌다. 날씨도 너무 덥고 습도가 높아 텐트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도로에 자리를 깔고 앉아 수박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역시 아줌마들은 맛있는 것 먹으며 수다를 떨 때가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다들 행복한 얼굴이었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모기가 엄청 많았다. 밤새도록 더위와 습도, 모기와의 전쟁을 치렀다.

우리나라 단체 여행객이 많았다. 꼭 한국에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많았다. 부산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 한 번쯤 가족들끼리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시 배를 타고 부산항에 도착했다. 고작 며칠 여행이었지만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역시 우리나라가 최고야"라는 말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바람 냄새, 사람 냄새도 달랐다. 마음 또한 편했다. 안도감이 느껴졌다.

여행은 역시 나라 사랑을 배우는가 보다. 조국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그리고 더위와 습도, 모기와의 전쟁을 치른 여행이었지만 언니들과 끈끈한 정을 느끼고 온 것 같아 좋았다.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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