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전문대 위기, 특성화로 넘자

입력 2013-07-16 07:50:36

얼마 전 대구권 전문대학들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3 교육역량강화사업 대상으로 대구 전문대 7곳 중 5곳이 나란히 선정된 것이다. 학생 수에 따라 국고를 차등 지원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톱 5'에 대구의 3개 전문대학이 이름을 올려 더욱 눈길을 끌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교원 확보율,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장학금 지급률 등 8개 지표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곳이다. 대구권 전문대들은 전국 레벨에서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대다수 전문대학이 처한 상황은 사면초가(四面楚歌) 형국이다. 전문대를 둘러싼 환경 중 어느 것 하나 호의적이지 않다.

고용노동부 통계(2012년)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고졸 인력은 32만 명이 부족한 반면 전문대졸은 22만 명이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선(先) 취업 후(後) 진학이라는 이름으로 고졸 취업을 활성화시켰다. 삼성은 향후 '고졸 공채'라는 용어를 없애고 고졸자와 대졸자를 통합 채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계 수요와 고등교육계의 불일치도 문제다.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들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전문대 졸업자 18만 명 중 42%는 과잉학력자라는 한 민간 연구소의 통계도 있다. 전문대 졸업 후 하향 취업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진학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 GDP가 1%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4년제 대학들은 과거 전문대에만 개설됐던 학과를 잇따라 개설하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로 취업이 용이하고 학생 유치가 쉬운 학과들이다. 이쯤 되고 보면 '4년제 대학에 치이고 고졸에 밀린다'는 하소연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뿐인가. 사이버대학, 사내대학, 직업교육훈련기관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해 전문대의 입학자원을 나눠 갖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대구캠퍼스 경우 현재 1년제 과정에 다니는 학생 중 절반이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국책대학인 이곳은 각종 첨단 기자재를 국비로 지원받고 있어 사립 전문대학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취업에 용이한 소수 학과를 중심으로 '강소(强小) 대학' 의 면모를 키워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전문대 특성화 100개교' 사업을 들고 나왔다. 2017년까지 전국 139개 전문대 중 100개를 특성화하고 그에 따라 국고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역량강화사업은 특성화 100개 사업으로 통합될 전망이다. 전문대들은 여기에 포함되지 못하면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특성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 4개 특성화 모형 중 가장 많은 전문대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2유형'(2개 주력계열이 정원의 70% 이상)을 보자. 백화점처럼 학과를 넓게 펼친 대다수 전문대학 경우 2개 주력 계열이 70%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프로그램을 특성화하거나(3유형), 평생직업교육대학 특성화(4유형)를 선택할 수도 없다. 단일 주력계열이 70% 이상인 1유형을 선택하고 싶지만 이런 대학은 전국에서도 몇 안 된다. 결국 2유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텐데, 2개 주력 계열이 70%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들은 필연적으로 정원을 줄여야 이 비율을 맞출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불사해야 하는 상황이 전문대학들 앞에 놓였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