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학의 시와 함께] 그네

입력 2013-07-15 07:53:45

# 그네 -문동만(1969~)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시집 『그네』(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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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식물들은 바람이 흔들어주지 않으면 죽는다. 그뿐만 아니다. 비와 이슬이 건드려주고 하다못해 지나가는 들짐승이라도 슬쩍 쳐주어야 한다. 벌과 나비는 물론이다. 무언가 저항이 있고 거기에 맞설 때 생명도 온전히 지속된다.

흔들려야 그네다. 스스로 흔들릴 수 없다면 누군가 흔들어주어야 한다. 누군가 나아가고 물러나고 굴리고 굴리다 떠나면 흔들림이 남는다. 멈추기 전에 또 누군가 그 흔들림에 편승하여 그네를 굴린다. 지구 상의 생명들이 목숨을 이어가는 방식과 닮아있는 순간 포착이다.

흔들림이라. 우리 생활 속에서 흔들림이란 제 갈 길을 제대로 갈 수 없거나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연습이 없는 삶에서 어찌 생래적으로 한 길, 한 자리를 고집할 수 있을까. 다른 길, 다른 자리를 무수히 넘나들며 길과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게 가까스로 중심을 잡는가 싶으면 곧 떠나는 것 또한 인생이다. 흔들림은 남아서 누군가에게 이어진다. 쇠줄에 남은 온기에는 흔들릴 때마다 흘린 땀 냄새도 있을 것이다. 안상학<시인·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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