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교육·과거시험 기본 교재…'오경'(五經)

입력 2013-07-13 08:00:00

'오경'(五經) 이야기-성립배경

앞에서 '사서'(四書)에 대해서는 이야기했다. 또 주자(본명은 朱熹)의 '사서집주'에 대한 설명도 했다. 우리가 통상 동양고전으로서 '사서'라고 하면 주자가 주해를 한 이 '사서집주'를 말한다. 과거 시험의 텍스트였으므로 그 권위가 대단했다. 또 우리는 동양고전으로서 '사서오경'이라는 말도 자주 쓴다. 이 '오경'은 '사서'가 성립되기 이전, 즉 송대 이전에 주로 교육과 과거시험의 기본교재였다. '오경'은 시(詩), 서(書), 역(易), 춘추(春秋), 예기(禮記)의 다섯 경전을 말한다. '오경'에서 '사서'로 텍스트의 중심이 바뀐 것은 '오경'이 너무 옛날투의 문장이고 내용 또한 고대 성왕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대변화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지성의 발달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도 유교경전 하면 '사서오경'이라 하는데, 그것은 이 기본서를 읽어야 고대 역사나 문화, 사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전번역에 종사하는 분이나 고전 자체를 연구하는 분은 반드시 일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책이다.

하지만 오늘날 '일반 한문강좌'에 그대로 답습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또 이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동양고전을 '평가하고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성립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대 중국의 국가체제를 갖춘 것은 주나라(B.C 1046년~B.C 256년)에서 시작됐다. 그다음의 춘추전국시대(B.C 770년~B.C 221년)는 혼란기로 '제자백가'가 등장했다. 전국시대를 종언시킨 나라가 진시황의 진나라였고, 얼마 안 있어 망하고 이어 한(漢)나라가 성립됐다. 한나라는 명실상부한 중국의 고대 통일국가였다. 주나라가 봉건제의 통치체제였다면, 한나라는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채택했다. 이는 강력한 절대왕권 체제라 할 수 있다. 왕이 관료를 선발하고 임명하여 그들로 하여금 전국의 행정망, 즉 군'현을 통해 백성을 다스리도록 하는 친정체제였다. 이들 관료를 양성하려면 태학(太學'국립대학)을 세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또 텍스트를 편찬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전국시대 전쟁통에 많은 문헌이 없어지기도 하고, 책이 착간되거나 여러 판본이 나와 비교 검토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천하에 명령을 내려 모든 문헌을 모으고 교재가 될 만한 에센스를 뽑아 책을 편집했다. 각 경전별로 국가관료 신분의 전문가를 두고 태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했다. '오경박사'(五經博士) 제도가 그것이다. '박사'라는 말은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한 분야 전문가란 뜻이다. 다섯 경전을 당시에는 아직 '경'(經)이라 부르지 않았고, '경'은 송대에 와서 붙여졌다. 아울러 '효렴'(孝廉)이라 부르는 과거제도도 시행되었다.(이때는 지방관의 추천에 의한 초보적인 제도였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