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육수 탐나도…비올 땐 '비빔'이 당기네
밥보다는 국수가 입에 당기는 계절이다. 갖은 채소와 새콤한 양념장에 비벼 먹는 국수도 괜찮지만 구수하고 시원한 육수가 일품인 냉국수도 좋다. 국수는 만들기도 간단하고 먹기에도 부담이 먹어 입맛이 없거나 여름철 별미를 먹고 싶을 때 좋다.
◆구수한 육수 맛과 매콤한 양념 맛
대구 중구 서문시장 1지구와 4지구 사이에 있는 국수 골목. '누들 로드'라 불리는 이 골목은 작은 국숫집이 다닥다닥 붙어 긴 줄을 형성하고 있다. 국수와 수제비를 주로 판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인데도 손님들로 바글바글하다. 장보기를 마친 주부들이나 주변의 직장인들이 한 끼 식사를 위해 자주 들르는 곳이다. 삼삼오오 수다를 떨거나 때로는 혼자서 한쪽 귀퉁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국수를 먹는 손님도 있다.
국숫집은 일단 육수 맛이 좋아야 하고 면발도 탁월해야 한다. 최고급 멸치와 다시마 등을 넣어 만든 육수를 차게 식혀 놓는다. 그러고는 국수를 삶는다. '정구지'라고 부르는 부추와 속이 덜 찬 얼갈이배추를 넣고 삶는다. 그리고 파를 숭숭 썰어 넣고 매운 고추와 고춧가루 팍팍 뿌린 간장으로 양념장을 만든다. 20여 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정아식당 주인 정희임(56) 씨는 "특별히 들어가는 건 없어요. 좋은 재료로 옛날 맛 그대로 맛을 낸다"며 "큰 음식점처럼 멋을 부리거나 맛을 내는 잔재주도 없다"고 했다.
방금 삶은 면을 육수에 말아 호박 고명을 얹어 내놓는다. 반찬은 배추김치와 풋고추가 전부다. 냉국수는 멸치국물 맛에서 승부가 갈린다. 먼저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옛날 맛 그대로다. 잘 익은 국수는 혀에 나긋나긋 감기면서도 쫄깃쫄깃하다. 국수 맛이 그게 그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장통에서 파는 국수라고 여기기 힘들 정도로 맛있다.
김태임(64'여'서구 평리동) 씨는 "어릴 적 없이 살 때 먹던 그 맛"이라며 "양이 많은 것 같은데 한 그릇 싹 비웠다"고 말했다. 함께 온 딸 박선영(40) 씨도 "특별하게 들어가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맛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사장님의 손맛이 더해진 것 같다"며 "집에서는 좋은 재료를 넣고 해도 이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 따라온 김영석(5) 군은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지는 못했지만 맵지 않아 맛있다"며 "매운 비빔국수보다 냉국수가 좋다"며 남은 육수를 들이켰다.
쫄깃쫄깃하게 삶은 면발에 오이와 깻잎 등 갖은 야채를 넣고 매콤달콤 앙념장으로 쓱쓱 비벼 먹는 비빔국수도 맛있다. 매콤달콤함이 일품이다. 한입 가득 비벼 털어놓고도 모자라 양념장까지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먹는 손님도 있다. 한성주(39'여'중구 대신동) 씨는 "시장에 올 때마다 이곳에서 비빔국수를 먹곤 하는데, 먹고 나면 땀이 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민수정(41'달서구 두류동) 씨 역시 "냉국수를 좋아하지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비빔국수를 먹는데, 달콤매콤한 맛이 우울한 기분까지 가시게 한다"고 했다.
정아식당 주인 정희임 씨는 "더운 날엔 냉국수를 찾는 사람이 많지만, 비 오는 날엔 비빔국수를 찾는 사람이 많다"면서 "특히 젊은 여성들과 아줌마들이 비빔국수를 많이 먹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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