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야영과 캠핑

입력 2013-07-11 14: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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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보다 함께할 사람이 중요…자연 속 추억 만들기

수년 전까지만 해도 '캠핑'이라는 단어보다는 '야영'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했다. 천막이나 텐트 달랑 들고 야외로 나가 모래밭이나 자갈밭 어디에나 마음 내키는 곳에 자리 잡았다. 가져온 것이라곤 집에서 사용하던 큰 냄비와 라면, 국수, 조금의 쌀 정도였다. 그것도 라면이 비싸 국수 한 묶음에 라면 한 개 넣어 풍미는 라면이지만 내용물은 대부분 국수로 가득한 냄비 안을 젓가락으로 휙휙 저어 배불리 먹고 나면 큰 돌을 베개 삼아 휴식을 취하곤 했다.

주위 시설도 부족했다. 화장실도 개수대도 없었고 랜턴조차 귀했다. 그러나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맑은 물, 그리고 밤하늘의 달빛과 별빛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린 시절, 야영은 나에게 있어 생활의 일부였다. 한여름 낮에는 집 앞 신천에서 멱을 감고 밤이 되면 신천 위 방천에서 새끼줄로 촘촘하게 엮은 가마니 위에 누워 별을 헤면서 잠이 들었다. 신천의 깨끗한 물과 밤하늘의 초롱초롱한 별만으로도 행복했다.

옆집 친구들도 만찬가지였다. 잘살고 못사는 차이가 별로 없었던 시절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 별을 헤던 그 시절이 그리워 주말만 되면 도시를 떠난다. 어린 시절 봤던 밤하늘의 별을 따러 다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자라면서 자연스레 캠핑으로 이어졌다. 돗자리 한 장, 깨끗한 물, 그리고 밤하늘의 별만 있으면 행복했던 그 시절에는 고등어'꽁치 통조림은 가장 인기 있는 캠핑요리 재료였다. 돈 여유가 있을 때는 꽁치를, 여유가 없을 때는 고등어 통조림을 준비했다. 감자와 양파, 그리고 고추장을 넣어 만든 꽁치찌개는 밥반찬으로나 술안주로 그만이었다. 술에 취한 우리는 기타 반주에 맞춰 새벽이 밝아오는 줄도 모르고 노래를 불렀다. 그게 낭만이었고 추억이 되었다.

25년 전 우리나라에 유료캠핑장이 없던 시절, 어렵게 빌린 낡은 텐트와 코펠, 버너를 들고 집사람과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해 야영을 한 적이 있다.

도착해서 멋지게 집을 짓고 식사준비를 하려는데 소나기가 10여 분 내리더니 텐트가 폭삭 내려앉는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비 맞은 텐트를 통째로 들고 빗속을 헤치며 민박집으로 뛰어가는 도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뽀글뽀글 찌개를 끓이면서 평온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과 함께 방수 잘되던 텐트가 오브랩됐다. 그때 속으로 다짐했다. 나도 언젠가는 좋은 텐트를 구입해서 이런 폭우 속에서도 여유 있고 행복한 모습의 야영을 하리라고. 세월이 흘러 구입한 텐트는 15년 동안 한결같이 야외에서 가족의 행복한 잠자리를 만들어 준다.

장비가 미흡했던 그 시절의 캠핑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떠난 캠핑에서도 소박한 밥상이 차려졌다. 반찬만 달라졌을 뿐 없이 살았던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15년 된 텐트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함께한 캠퍼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캠핑은 함께한 사람이 중요할 뿐 장비는 중요하지 않다.

캠핑은 비싼 장비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밤하늘의 달과 별,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말만 되면 그런 사람들과 함께 캠핑을 떠난다.

서영학(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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