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

입력 2013-07-11 13:58:55

아름다운 꽃과 멋있는 고목, 그리고 예스러운 돌담길

가끔 건강의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있다.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자전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2년 전 건강이 좋지 않아 시작한 자전거 타기는 이제는 건강을 되찾게 해주었고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가져다주었다. 나에게 있어 자전거는 행복의 동반자이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이 되면 외할머니 댁을 찾았다. 담장이 아름다운 돌담길 사이에서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며 해지는 줄 모르고 뛰어놀았다. 요즘, 그런 어린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이번 여행은 어린 시절 추억의 시간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에 위치한 '한밤마을'. 한밤마을은 팔공산 자락 북쪽 끝머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부림 홍씨 집성촌이다. 950년경 부림 홍씨의 입향조 홍란이 이주해오면서 마을 이름을 '대야'(大夜)로 부르다가 밤 야(夜)가 좋지 않다고 해 율(栗)로 개칭해 대율리(大栗里), 한밤마을로 부르게 되었다.

해 큰 홍수로 마을에 쓸려온 돌들로 담을 쌓기 시작한 것이 아름다운 돌담마을이 되었단다. 천 년을 이어온 집들과 마을입구 송림, 돌담 사이의 이끼와 담쟁이 등등…. 마을 곳곳에는 소담하고 정감 있는 풍경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돌담길은 미로와 같다. 넓은 곳도 있고 사람 몇몇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도 있다. 어떤 길은 구불구불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길도 있다. 자칫 넋을 놓고 지나면 길을 헤매기 일쑤다.

경북유형문화재 제262호인 대율리 대청은 조선 전기에 건립되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인조 10년에 중창됐다. 대청은 웅장하면서 멋있다. 지금은 마을 어르신들의 경로당이기도 하다. 대청도 돌담이 감싸고 있다. 대청에 걸터앉아 상념에 잠겨보는 것도 한밤마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가 아닐까.

경북문화재 제357호인 남천고택은 마치 시간이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장작더미, 가마솥과 부뚜막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고 한다. 한밤마을을 걷다 보면 '한밤돌담옛길 1' '한밤돌담옛길 2'라고 적힌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길마다 다른 느낌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가을에는 더 아름답고 낭만적인 돌담길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날도 많은 관광객들이 신발을 벗고 대청에 올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예 누워서 쉬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마을 어르신이 당신의 6·25전쟁 경험담 이야기를 해줬다. 대청에서 봤을 때 오른쪽 산에는 인민군이, 마을 건너 왼쪽 산에는 국군이 있었는데, 당시 학도의용군으로서 마을을 지켰다고 했다. 그리고 칠곡 다부동까지 인민군과 싸워 그곳과 고향인 한밤마을을 지켜냈다고 했다. 지금은 친구 몇몇이 살아 남아 당시의 이야기를 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어르신의 생생한 전쟁담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경청했다. 그곳에 온 관광객 모두 어르신 이야기를 들었다. '어르신이 계셨기에 이런 예쁜 마을도 볼 수 있다'며 오래오래 건강하시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나왔다.

한밤마을의 돌담길은 제주도의 돌담길과는 느낌이 달랐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싶었다. 해 저무는 줄 모르고 놀다 엄마가 "혜정아, 저녁 먹어라"라고 부르던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번 여행은 아름다운 꽃과 멋있는 고목, 예쁜 돌담길, 예스러운 고택, 또 어르신의 애국심을 느끼고, 보고, 들은 여행이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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