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편지] 선천성 얼굴기형 유감

입력 2013-07-08 07:08:55

얼굴기형의 종류는 다양하다. 얼굴이 전체적으로 심하게 비틀어진 것부터 입술이 갈라진 언청이, 귀가 없는 경우, 눈꺼풀이 처져 눈을 잘 못 뜨는 경우 등으로 천차만별이다. 성형외과에서는 입술, 귀, 눈, 얼굴 뼈 등 얼굴기형 수술이 아주 중요하다. 성형외과 교과서에서도 전체의 20~25%가량은 선천성 기형 치료에 관한 내용이다.

의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엔 얼굴기형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선천성 얼굴기형이 사라졌다. 얼굴기형을 전문과목으로 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은 환자가 없어 전문과목을 바꿔야 하고, 수술이 없어 인턴이나 전공의 교육이 안 될 정도다.

교육을 하려면 아프리카, 파키스탄 등에 무료 수술 봉사활동을 가야 한다. 파키스탄에선 매년 1만 명 정도의 언청이 환자가 생기지만 치료받는 환자는 2천 명 정도라고 한다. 아이를 많이 낳고 종교적 이유로 낙태를 금기시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결혼 연령이 늦어져 30대 고령 출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스트레스와 공해, 불량 식품 속에서 살며, 여성의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모두가 얼굴기형 출산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그런데도 환자는 사라졌다.

출산율 감소와 초음파가 주된 원인이다. 최근 한국의 출산율은 1.2명 정도다. 즉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만 2명의 자녀를 가지고 나머지는 한 명만 낳는다는 이야기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자연히 선천성 얼굴기형 출산도 줄어든다.

출산율보다 중요한 원인은 초음파 산전 진찰 때문이다. 초음파의 발달로 대부분 선천성 기형은 출산 전에 미리 알 수 있고, 산모에게도 알려준다. '성형수술의 발달로 얼굴기형을 낳더라도 잘 치료될 수 있고, 정상인과 다름 없이 잘 살 수 있다'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아이 낳기를 권유한다. 그러나 모든 산모는 이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기형아를 낳겠다고 하는 산모는 보지 못했다. 성형수술로 정상인 같이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 임신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잠시뿐이다. '경쟁 심한 한국 사회에서 건강한 아이를 낳아도 잘 키우기 힘들다. 기형아를 낳아 어떻게 키우라는 말이냐? 국가가 책임질 것이냐?'고 항변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입양을 받는 사람 중에는 기형아를 우선적으로 입양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기형아를 잘 치료할 수 있고 장애인도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 밑바탕에는 인간을 중요시하는 휴머니즘이 깔려 있다. 얼굴기형 태아도 생명체이다. 치료도 잘 될 수 있고 잘 키울 수도 있다. 무조건 유산을 택하기보다 한 번쯤 생명의 존귀함을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박대환 대구가톨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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