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재의 은퇴일기] 아내 사용설명서

입력 2013-07-06 07:05:26

10여 년 전 일본에서는 '나리타의 이별'이 대유행이었습니다. 막내자녀의 결혼식을 끝내고 신혼여행을 떠나보내는 나리타공항에서 나이든 부부가 남남으로 갈라서는 것이지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황혼이혼이 부쩍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50대 후반의 이혼이 처음으로 신혼이혼을 추월했다고 합니다.

50대 후반이면 바로 남편들의 은퇴시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과격하고도 저돌적인 도전에 당황한 경험이 있는 은퇴자라면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통계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아내 사용설명서'입니다. 아내 사용설명서는 남편 사용설명서보다 더 복잡하고 두껍습니다. 그만큼 여성은 섬세하고 남성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이지요. 애당초 남자와 여자는 다른 부류인지도 모릅니다. 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사용설명서의 기본이겠지요.

최근에 '쿨한' 이혼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을 한번 볼까요. 이들 부부가 밝힌 이혼사유는 푸틴의 '워커홀릭'(일 중독)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모든 활동은 공적인 일과 연관돼 있지만 아내인 루드밀라는 대중 앞에 서는 것도 싫고 비행기를 타는 일도 힘들어했기 때문에 서로가 멀어진 것이 이혼 사유였다고 합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 덕에 대통령의 아내가 됐고 푸틴처럼 유능한 남편을 둔 그 부인이 도대체 무엇이 불만이어서 이혼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것입니다. 그러나 아내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의 부인인 루드밀라도 처음에는 그녀가 싫어하는 일들을 아마 힘들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수고에 대해 남편의 공감이나 이해를 전혀 받지 못한 것이 이혼의 원인이 됐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아내들입니다.

남편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이해하지만, 아내는 무조건 내 형편을 이해받고 공감해 주기를 원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명예도 돈도 다 부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내들이지요.

'아내사용설명서'는 아주 간단합니다. 아내가 이야기하면 들어주고 '그래 힘들겠다' '그랬구나'라고 공감해주면 됩니다. 거기에 논리를 들이대거나 설명하려 하면 고장을 일으키기 십상이지요.

아내 사용설명서만 있냐고요? 다음에는 남편 사용설명서로 답하겠습니다.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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