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정치 이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입력 2013-07-06 07:16:12

민주, 폐지에 한발 더, 새누리 "한시적으로"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가 공통 공약으로 내세우며 현실화 여부가 주목됐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당 내외 인사를 동원해 구성한 정치쇄신논의 기구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무게가 실린 결론을 내놨기 때문이다.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론은 밀실 공천, 돈선거, 중앙정치에의 예속화 등 지방 정치 실현을 방해하는 문제점들이 수차례 지적되며 무게가 실리는 듯했지만 후보자 난립, 정당주의에 어긋난다는 등의 방어논리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논의만 거듭해왔다.

◆새누리, 정치개혁 필요, 폐지결정은 좀 더 보고

공천과정의 주도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목소리가 새누리당에서 나왔다. 하지만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는 4일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와 기초선거에서 불분명한 기준에 따라 선거 후보자가 공천되고 있어 국민의 정치주도권을 회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의원'단체장의 정당공천은 폐지돼야 하지만 정치개혁이 이뤄진다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일몰법을 적용해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한시적으로 폐지하고서 앞으로 3차례(12년) 선거를 치른 뒤 그때의 정치 현실에 맞게 다시 정하자"는 입장을 당에 건의했다.

다만, 여성 등 소수자의 정치 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기초의회 의원 정수의 3분의 1로 상향 조정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해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4'24 재보선에서 기초의원'단체장에 대해 무공천 실험을 강행한 바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무공천 논의가 시작됐지만 당시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심재철 최고위원은 "민주당에서 하지 않는데 굳이 공천을 안 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며 "공천을 받지 못한 입후보 예정자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우려한 바 있다. 공천 과정에서 걸러지던 군소 후보들이 모두 직접 출마하게 돼 지방 토호가 당선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동반해야 하는데다 여성 의원들은 대안없는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히고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특위가 당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새누리당이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특위의 발표 직후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몰제 형식의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일몰제는 하나의 의견일 뿐 당론으로 결정될 가능성은 작다"며 "당내 이견을 조율해 신속하게 후속 협의를 이끌어가겠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당론에 대해서는 우회적인 답변을 내놨다.

◆民, 풀뿌리 지방자치 위해 폐지

기초단체'의원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선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한발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영남대 김태일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찬반검토위원회를 구성하더니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정당공천제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구도와 결합해 '싹쓸이' 투표 현상을 낳았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위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5월 당대표로 취임한 김한길 대표는 즉각 민주당이 당원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7월부터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전당원 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찬반검토위의 '폐지 결정'을 첫 투표 주제로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당시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런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전하며 "김 대표가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에 대한 폐지 문제 등을 결정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찬반검토위는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선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단순한 폐지 결정이 아닌 대안 제시까지 이뤄내면서 '정당공천 폐지'라는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꼭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검토위는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 길이 막힐 수 있으므로 지역구 선출 여성 의원과 별도로 지방의회 정원의 20%를 여성으로 선출하는 '여성명부제' 도입 ▷후보자가 어떤 이념적 성향을 가졌는지 유권자에게 알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후보자 당적을 포함해 지지 정당을 표방할 수 있도록 '정당표방제' 제안 ▷의원 재적수를 기준으로 정당에 숫자를 부여하는 방식은 선거를 '로또화'할 수 있기 때문에 숫자 기호를 폐지하고 벽보, 투표용지 등에는 후보자 배열을 무작위 추첨제로 할 것 등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여야 합의와 별도로 선관위의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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