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 얼굴 맞댄 바다 해양스포츠 낭만 넘실넘실∼
터키 제1의 도시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세계에서 유일한 도시로 2천7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도시의 한가운데를 흐르며 유럽과 아시아를 갈라놓는 보스포루스 해협은 좁은 협곡을 따라 흑해에서 지중해 쪽으로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그 길이는 32㎞이며 바다 밑바닥은 지중해의 염도 높은 무거운 물이 오히려 흑해 쪽으로 흘러간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양편에는 멋진 궁전들과 녹음에 둘러싸여 있는 고급 저택들이 해협의 물빛과 조화를 이룬다. 이곳은 기독교와 이슬람, 비잔틴과 오스만 제국이 경쟁을 하면서 인류역사의 흐름을 바꾼 수많은 격돌의 현장이다. 그러한 투쟁의 역사는 바닷물 속에 잠기고 오늘날은 절경과 해양스포츠의 낭만이 넘치는 곳이 됐다.
이 해협의 이름이 보스포루스로 된 데는 바람둥이 제우스신과 연관된 슬픈 이야기가 있다. 보스포루스는 그리스어로 '암소가 건너다'라는 뜻이다. 강의 신 이나쿠스에게 이오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제우스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어느 날 제우스가 이오와 함께 있을 때 부인인 헤라 여신이 나타나자 다급해진 제우스는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킨다. 헤라는 암소가 이오임을 눈치 채고 제우스에게 소를 달라고 요청한다. 제우스는 겨우 소 한 마리 정도로 쩨쩨하다는 인상을 줄까 봐 암소를 넘겨준다. 질투의 화신으로 변한 헤라는 눈이 100개나 달린 아르고스라는 괴물을 시켜 감시하게 하고 괴롭힌다. 보다 못한 제우스는 도둑의 신 헤르메스를 보내 아르고스를 잠재운 후 처치한다. 헤라는 아르고스가 죽은 것을 알고 벌레들을 풀어 더욱 이오를 괴롭힌다. 참다못한 이오는 결국 탈출을 시도해 보스포루스 해협을 헤엄쳐서 건너갔다.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원정대와 교역의 행렬이 오간 두 대륙 사이에는 서로를 잇는 다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기원전 4세기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 1세의 명령에 따라 최초의 다리 구축을 시도했다. 70만 페르시아 군사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배와 뗏목을 이어 붙여 가교를 만들기도 했었다. 그 후 2천 년 동안 누구도 다리를 놓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배로만 오갔다. 그러다가 1973년 사상 처음 두 대륙을 잇는 보스포루스 대교와 1988년 파티 술탄 마흐멧 대교가 놓였다. 이 해협은 북서쪽으로 흑해, 남쪽으로는 마르마라해를 거쳐 지중해로 연결된다. 길이가 약 31㎞, 넓은 곳의 폭이 약 3.5㎞, 좁은 곳이 700m로 물 흐름이 세차서 여기저기에 소용돌이가 친다. 양측 해안에는 고대유적지, 오스만 술탄의 궁전, 그림같이 아름다운 전통적인 터키 마을, 울창한 숲 등이 곳곳에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고급 음식점, 찻집, 별장 등이 해변의 한적함과 함께 휴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고대 중세만 해도 지중해와 흑해 간의 거의 모든 상거래는 이 해협을 통해 이루어졌다. 국제무역에 있어서 보스포루스 해협의 중요성은 오늘날까지도 계속 이어져 매년 5만여 척의 배들이 이곳을 통과하고 있다고 한다.
배를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파도 위를 나아가는 보스포루스 해협 투어도 해마다 인기가 높아간다. 터키의 크루즈 투어는 대중교통인 '바푸르'(페리)를 이용하는 것과 사설회사의 투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페리 투어는 이스탄불의 가장 번화가에 가까운 보아지치 선착장에서 출발해 보스포루스 해협의 끝 부분인 아나돌루까지 운항하며 편도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이 투어는 해협의 웬만한 곳을 샅샅이 훑음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해협의 끝부분 목적지에 도착해서 간단히 관광지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배편에 승선한다 해도 한나절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사설 투어의 경우는 선착장을 출발해 제2 보스포루스 대교까지 다녀오는데 갈 때는 유럽 쪽으로 가고 올 때는 아시아 쪽으로 오기 때문에 양쪽 지역을 모두 보고도 왕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다만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배를 타보고 인정샷만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은 사설 투어를 이용한다. 해적선의 외형으로 치장한 배들도 있고 간단한 음식도 제공한다. 한국인들의 방문이 늘어나자 항해하는 시간 내내 대형 스피커를 통해 한국 트로트 가요를 귀 따갑게 들려준다. 선착장에도 이들의 호객소리가 시장판처럼 왁자지껄하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빠져나가면 지중해로 연결되므로 이 물길은 고대로부터 해상교통로의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곳을 지배한 자가 해협 양측 언덕 위에 성을 세우고 포대만 구축하면 방어하기 좋은 지리적 조건이 되었다. 그래서 오가는 물동량의 세금을 거두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니 터키의 성장 잠재력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해양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으로서의 역할도 보스포루스 해협은 담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글'사진: 박순국(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sije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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