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SOC 사업에 수도권 잣대라니

입력 2013-07-06 07:29:18

정부가 경제성을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 공약 사업 중 상당수를 축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역 공약 중 비중이 가장 높은 철도'도로 공약의 절반 이상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말이 재검토지 재검토하더라도 경제성 검증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부권 신공항이나 대구권 광역 교통망 구축, 대구~광주 철도 건설 등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필수 사업들이 경제성이라는 벽을 내세우면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정부가 지역 공약에 수도권과 동일한 비용 편익 분석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은 불합리하다. 박 대통령이 내놓은 철도 및 도로 신설 공약은 모두 26개다. 이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 타당성 조사나 국토교통부의 사업 전망 조사를 마친 16개 사업 중 지역 개발 관련 15개 사업이 모조리 '경제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직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11개 사업도 역시 지역 사업들로 경제성 검증을 통과하기는 어렵다.

반면 유일하게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사업은 13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수도권 광역 급행 철도(GTX) 사업이다. 수도권을 지하로 연결하는 이 사업은 설계속도 200㎞/h급으로 계획돼 표정속도 100㎞/h로 운행하는 신개념 철도다. 수도권의 주요 거점을 1시간 이내로 연결하는 꿈의 교통수단이라 불린다.

지역 SOC 사업은 지역 균형 개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지방에 산업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에 공장을 짓고 창업을 하려 해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나 사회간접자본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판에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을 하게 되면 경제성은 떨어진다. 다시 이를 핑계로 지역 SOC 사업을 미루고 축소하면 지역은 인프라 부족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지역 균형 개발도 요원해진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정책적으로 배려해 지역이 소외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SOC 사업은 지역 균형 개발이란 목표를 위해 제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고 이를 수도권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제성 평가를 이유로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역 SOC 사업은 경제성보다 지역적 특성을 먼저 고려하고 잠재적 가치를 예비 타당성 조사에 적극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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