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최현복 국민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

입력 2013-07-05 07:14:58

"매년 국가기관 청렴도 측정…국민 신뢰·청렴문화 확산에 최선"

"후퇴다, 아니다. 그런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는 문제가 있어서 정부가 조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이 아니고 원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원안과 정부안을 관련 상임위에서 병합심리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최현복 국민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의 언급이다.

우리나라가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고 전담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를 출범시켜 '반부패'청렴정책'을 추진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공직사회의 부패문제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국가청렴도도 답보상태를 보이자 국민권익위는 공직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겠다며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재직 당시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공무원은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김영란법'을 내놨다. 현재의 형법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모두 인정된 경우 뇌물죄로 처벌된다. 공직사회의 부패문제에 대한 상당히 파격적인 조항인 셈이다. 법무부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며 법안제정에 반대하고 나섰고, 그러자 이번에 정홍원 국무총리가 양 기관을 불러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그 지위'직책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통한 금품수수는 대가 관계가 없더라도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선에서 조정에 나섰다.

이에 최 부위원장은 "국회에 원안이 상정돼 있기 때문에 일부 조항을 수정한 정부안이 제출되더라도 어떻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익위에서 공직사회의 반부패와 청렴을 담당하는 부패방지업무를 맡고 있다. 대학졸업 후 출판사 등에서 일하다가 곧바로 흥사단 등에서 평생 동안 반부패활동 등 시민운동만 해온 '시민운동가'가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차관급)에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게다가 그는 정치적으로도 좌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적인 활동을 해 온 시민운동가로 평가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나는 좌우의 그런 정치적 입장을 갖기보다는 중도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평소에도 시민운동은 좌우와 진보 보수의 문제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런 균형감각을 (시민운동을 하는) 누군가는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 3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최 부위원장은 1억3천343만원을 신고했다. 달랑 대구에 있는 아파트 한 채뿐이었다.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중에서 꼴찌였다.

"그것 때문에 여기 온 것 같다. (임명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여러 명을 검증하면서 '이런 친구가 와야 한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2011년 11월 임명 당시 그는 반부패전국연대 운영위원장으로 반부패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반부패 시민운동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권익위 부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반부패 시민운동과 권익위의 부패방지활동에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시민운동을 하든, 정부 일을 하든 청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정치적인 성향도 여기서는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부패방지 기본법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됐는데 그때 우리 같은 NGO들이 같이 참여해서 만들었다. 권익위의 전신인 국가청렴위도 그때 생겼다."

-권익위에서 부패방지 부위원장을 맡고 난 후 성과는.

"거버넌스를 확대하는 것도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당히 개선됐다. 권익위의 부패방지 업무는 전 국가기관과 지자체, 교육청, 공기업을 포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기업과 시민사회도 함께해야 한다. 기업도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치와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다.

지난해 여기 와서 청주에 청렴연수원을 설립, 청렴교육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다.

또 매년 국가기관의 청렴도를 측정해서 순위를 매긴다. 그동안 청렴도 하위그룹에는 많은 애정을 기울이지 못했는데 집중적으로 청렴도를 끌어올리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방위사업청과 대구도시공사 등 여러 기관을 대상으로 했는데 경남교육청을 빼고는 다 성공했다.

-국가기관의 청렴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청렴도에는 내부와 외부 청렴도가 있다. 외부는 인허가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등이 있을 수 있고 내부에서는 공무원 행동강령과 인사 회계 이런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청렴도는 단순히 공직사회의 부패수준을 측정한다기보다는 기관의 정책신뢰도를 포괄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기관에 대한 청렴도가 떨어지면 그 기관을 믿지 못한다. 검찰과 경찰도 개혁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해서도 지난 4월 '청렴성공프로젝트'와 관련한 정책토론회를 가졌는데 그 이후 원전비리가 잇따라 터졌다.

"청렴도는 단기적으로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동안이 연동되게 돼 있다. 올해 비리가 터진다고 해서 그 기관의 청렴도가 바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아야 그 기관이 감점을 받게 된다. 선출직 기관장의 경우 전임 기관장의 비리를 덮어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반부패지수는 어느 정도인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좋아지는 만큼 국민들의 기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서 국민 시각에서는 아직 우리 공직사회는 멀었다고 생각한다.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엄청나다. 국민들이 깨끗해졌다고 인식될 때까지 공직자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전 세계 180여 개국 중에서 40위 정도 된다.

경제수준으로 보면 10위 정도가 돼야 하는데 하루빨리 이 편차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데 한계에 와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압축성장하면서 사회적 자본 형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회적 신뢰구축이 잘 되어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강한데 조직이나 관계는 취약하다.

-앞으로 중점을 두는 분야는.

"우리는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민간기업까지 반부패 분위기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부패는 대부분 정치경제 분야에서 일어난다. 대기업 총수들을 솜방망이 처벌하고, 지난 시절 정경유착 같은 것들이 국가 신뢰도를 해치고 있다. 기업인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기업인들이 탈세를 하니 욕을 먹지 않나. 기본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이 돼야 하고,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다. 공직자도 마찬가지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국가청렴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지난해 UN으로부터 국가청렴도 측정에 대해 대상을 받았다. 이처럼 청렴문화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서는 세계 여러 나라가 우리를 배우려고 찾아오고 있다."

-국민권익위 반부패 활동을 하는데 보완해야 할 점은.

"국민권익위는 조사와 수사권이 없다. 공직사회 내에서는 조사와 수사권이 없어도 다 할 수 있다. 우리끼리는 '확인'점검'만 잘해도 공직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국가 전체로 보면 '힘있는' 기관과 사람을 잡을 수 있어야 우리 사회에 청렴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힐 수 있다고 본다. 그쪽에서는 우리에게 그런 권한을 주면 큰일 난다고 우려한다.

장기적으로는 수사권은 몰라도 조사권은 있어야 한다. 우리 조사는 신고자에 의존하니까 피신고자를 우리가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 공직자의 경우에는 가능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검찰로 넘기면 수사도 하지 않고 내사종결로 처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제가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의 시민운동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서구 선진사회에 비해 우리나라는 '소셜펀드'가 부족하다. 선진국에서는 소셜펀드나 재단에서 시민운동을 지원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자체와 정부에 줄 서기를 한다. 돈 나올 데가 거기밖에 없다.

앞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사회적 공헌을 해야 한다. 지역이든 이슈 단위로든 펀딩을 하는 사회적 재단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정치적인 흐름에 따라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재단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돼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시민운동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형태는 국가적으로도 좋지 않다."

-재산이 지나치게 적다.

"재산을 청렴의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웃음) 그러나 저는 돈하고는 인연이 없었을 뿐 아니라 매달리지도 않았다. 돈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내 목표는 빚을 지지 않고 사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빚지지 않는 삶에 성공했다. 마이너스가 있는 사람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집 한 채는 있지 않나.

후배들에게 모델이 되는 시민운동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 자리를 떠나면 시민운동가로 돌아갈 것이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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