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 인근 상가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지역에 지정된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총 1천2곳이다. 대부분 초등학교 주변 상가와 학원 등이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지정만 해 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구 북구 동천동의 한 슈퍼마켓은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선정됐다. 이 슈퍼마켓 주인 이모(55'여'대구 북구 동천동) 씨는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선정된 뒤 긴급하게 찾아온 경우는 대부분 휴대전화를 놓고 온 아이들이 급하게 전화를 하러 오거나, 길을 가다가 넘어져 난 상처에 반창고를 발라주는 정도였다"면서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선정됐을 때 받은 구급약이 다 떨어져 경찰에 더 달라고 부탁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읍내동의 한 초등학교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아파트 상가 입구에는 아동안전지킴이집 표시가 붙어 있는 표지물이 출입구 안쪽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 표지물이 가리키는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어딘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 아파트 상가에 있는 한 가게 주인은 "출입구에 그런 게 있었는지 몰랐다"며 "근처 미술학원 건가"라고 되물었다. 확인한 결과 이곳은 아동안전지킴이집 지정이 해제된 곳이었다.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한 교육 또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구 북구 읍내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김모(10'대구 북구 읍내동) 군은 "'아동안전지킴이집' 표시는 봤는데 뭐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른다"며 "학교에서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의 교사는 "학교 정문에 있는 배움터지킴이실을 말하는 것인가"라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기자가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 다시 설명하자 이 교사는 "학기 초에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아동안전지킴이집을 홍보했고 담임교사를 통해 위치 등을 교육하고 있다"며 "아마 그 학생이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났거나 기자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뒤늦게 아동안전지킴이집 운영에 대한 보강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5일까지 각 경찰서와 지구대를 중심으로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 점검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 기간에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된 업소의 업주들을 대상으로 아동안전지킴이집 운영에 대한 건의사항도 듣고 앞으로 운영에 반영할 계획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 현장에서 건의사항을 듣고 아동안전수호천사, 배움터지킴이 등 성격이 비슷한 아동보호활동 참가자들과 연계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키워드
아동안전지킴이집=위험에 처한 아동들을 임시로 보호하고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정된 곳이다. 대개 학교 주변'통학로'공원 주변의 문구점, 편의점, 약국 등이 지정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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