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본능
회귀현상이란 본래의 위치나 모양에서 벗어났다가 이전 상태로 되돌아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꿀벌이나 연어, 철새가 태어난 곳에서 멀리 떠났다가 때가 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체중이 빠르게 감량되었다가 다시 원래의 체중으로 급속하게 돌아오고 때로는 그 이상 늘어나게 되는데 이런 요요현상도 일종의 회귀현상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식욕도 인간의 욕망의 일종이라서 다이어트로 무리하게 먹지 않고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방심하는 순간 오히려 식욕을 자제하지 못하고 폭식을 하게 된다.
치아를 교정치료하면서 간혹 회귀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장기간의 교정치료를 마치고 가지런하게 바뀌 치열을 갖게 된 환자가 몇 년 뒤에 원래의 치열로 변해서 오는 경우가 있다. 하악골(아래턱뼈)이 상악골(위턱뼈)에 비해 튀어나온 환자를 성장기에 하악골 발육 억제 장치 등을 통해 치료를 잘 해 놓았는데 몇 년 후 억제됐던 성장력이 용수철처럼 반동효과까지 일으켜 오히려 이전보다 심한 주걱턱이 돼서 다시 치과에 오는 환자들도 있다. 따라서 교정치료 후에는 악골과 치아의 회귀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보정장치를 통해 회귀현상을 방지해야 한다.
최근 신문과 뉴스에 나오는 몇 가지 사건들을 접하면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욕망을 무리하게 억제하다가는 언젠가 억제했던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용수철이 튀어나가듯이 분출돼 큰 사고로 이어지지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욕망이나 욕구도 일종의 회귀본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욕망이나 욕구를 다루는데도 회귀본능을 고려해서 잘못된 욕망을 무작정 억누르려고 하기보다는 그 문제점을 직시하고 욕망의 발생기전이나 행태를 면밀히 분석해서 현실적인 대비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잘못된 욕망을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다른 형태로 출로를 찾게 하거나, 건전한 다른 욕망을 만들고 강화시켜서 잘못된 욕망을 통제해 크기를 줄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교정치료를 하다보면 사람의 악골(턱뼈)이나 치아를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그다지 넓지 않다는 점에 실망하게 된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억지로 치아를 움직여놓더라도 주위 여러 조직과 화합이 일어나지 않으면 결국 예전으로 돌아가 버린다는 원리가 머리에 자리 잡게 됐다.
회귀현상을 피할 수 없다면 무리하게 교정치료를 하기 보다는 잠시 있는 그대로 두었다가 원인에 따른 외과적 치료가 바람직할 수도 있다. 결국 유능한 의사는 현상에만 급급한 치료가 아닌 본성에 부합한 치료를 하는 의사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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