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아 받아라…대구 금빛 기운
인도네시아에서 유도 지도자로 이름을 날리는 한국인이 있다.
경산 하양이 고향으로 경북체육고등학교에서 유도 선수 생활을 한 채무기(43) 코치다. 2011년 5월 경상북도체육회가 파견한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체육회 소속 유도 코치로 3년째 인도네시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채 코치는 지난달 21일부터 남녀 선수 7명과 함께 경산 진량고 유도부 숙소에 캠프를 차리고 한국 전지훈련 중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한국인 유도 코치로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국체전 금메달 석권으로 신뢰 쌓아
서부자바주체육회의 아지스 회장은 채 코치를 절대 신뢰한다. 지난해 33개 주가 참가한 인도네시아 전국체전(4년 주기)에서 서부자바주는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2위를 했다. 일등공신은 채 코치가 선수들을 조련한 유도였다. 남녀 16개 체급에서 금메달 6'은메달 6'동메달 3개를 획득한 것이다. 16개 중 15개 체급에서 메달을 거머쥐어 사실상 메달을 석권했다.
이 덕분에 채 코치는 주니어부(중'고교)의 유망주들을 이끌고 한국에 전지훈련을 올 수 있었다. 채 코치는 "홈그라운드인 서부자바주에서 열리는 2016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12개를 따 달라"는 아지스 회장의 특명을 받고 일찌감치 유망주 조련에 나섰다. 그는 "남자부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여자부의 전력 강화를 위해 여자선수 6명을 이번에 데려왔다"고 했다.
채 코치는 현지에서 대회 참가를 위해 멀리 갈 때(30시간씩 버스로 이동) 혼자 비행기를 타고 갈 정도로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연봉 2만6천달러로 우리에겐 많지 않지만, 이 돈은 현지에서 대학교수나 고위 관료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두류유도관 찾은 인도네시아 선수단
채 코치는 28일 선수들을 데리고 대구 두류유도관(안병근 올림픽기념 유도관)을 찾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3명이나 배출한 대구의 유도 훈련장을 선수들에게 견학시킨 것이다. 선수들은 대구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를 3명(안병근, 김재엽, 이경근)이나 배출했다는 얘기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유도관 내에 전시된 금메달리스트들의 사진과 메달, 도복 등을 둘러보면서 배경 설명을 들을 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들은 또 두류유도관의 한상봉 관장이 올림픽 챔피언 3명을 모두 지도했다는 소개를 듣고 나이를 묻는 등 관심을 보였다.
채 코치는 "이들에게 올림픽 메달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대회에서도 1회전에 탈락할 정도로 유도 수준이 낮다"며 "유도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높은 선수들을 뽑아 전지훈련을 왔다"고 했다.
◆"유도로 인생역전 돕고 싶어요"
채 코치는 무섭고도 다정한 노총각 선생님이다. 훈련은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강도 있게 하지만, 훈련 후에는 형, 오빠처럼 이들을 챙긴다.
"우리나라와 같은 강도 높은 훈련에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반발했습니다. 구토를 하고 쓰러져 정상적인 훈련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내자 달라졌습니다."
채 코치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삶이 확 달라진다"고 했다. 서부자바주는 지난해 전국체전 금메달리스트에게 집 한 채(2천만원 상당)와 현금 1천2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한 달 최저임금이 17만원에 불과하고 하루 몇천원밖에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에 비춰보면, 금메달을 따면 '인생역전'을 이루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지훈련 온 선수들의 각오와 희망은 남다르다. 부상이나 감기 등으로 고생하고, 음식(이슬람교를 믿어 돼지고기를 먹지 않음)을 가려 먹기에 불편하지만, 잘 참고 채 코치를 따른다. 주 6일 새벽, 오전, 오후, 야간으로 이어지는 한국식 4차례 훈련에도 적응한 상태다.
선수들은 쉬는 날에는 진량에서 버스를 타고 대학가인 하양을 찾는다. 좋아하는 떡볶이나 어묵 등을 사 먹고 화장품 가게도 들르지만, 용돈을 잘 쓰지 않고 샘플만 얻어온다고 채 코치는 전했다.
채 코치는 인도네시아에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하고 운전까지 직접 한다. 그러나 현지 여성과의 결혼에 대해 그는 단호히 '노'라고 했다. 종교와 문화 차이로 결혼 대상은 아니라는 것. 그는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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