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로커 위장한 간첩 박기웅

입력 2013-06-27 14:07:24

김수현 들러리? 배역 크기보다 중요한 건 연기 공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가 벌써 관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렇게 흥행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파죽지세다. 개봉을 앞두고 "숙제 검사를 맡기 전 기분"이라고 한 배우 박기웅(28)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자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제는 조금 여유로운 듯하다.

북한 최정예 스파이 류환(김수현), 해랑(박기웅), 해진(이현우)이 각각 남한의 동네 바보, 로커, 일반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혹평과 호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도 있고, 무작정 즐거워하는 관객 등 다양한 반응이 들린다.

일각에서는 '김수현 효과'라고 치부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김수현으로 쏠리는 느낌이기도 하다. 드라마 '드림하이'와 '해를 품은 달'로 인기 상한가를 친 김수현의 첫 주연 작품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자 박기웅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못 치던 기타 배워 연주하며 노래 부를 정도

"전 배역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 편이에요. 배역의 크기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한국 관객들이나 관계자들은 주인공이냐, 세컨드냐 하는 것에 민감한 것 같아요. 하지만 길게 봤을 때 제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나중에 현빈, 소지섭, 원빈 같은 인기를 얻어도 단막극은 꼭 하고 싶어요. 많은 걸 배울 수 있거든요.(웃음) 그래도 이번에 아쉽지 않으냐고요? 원래 시나리오에도 그 정도로 나와 있어요. 편집된 부분이 조금 있긴 하지만, 비중이 비슷했다면 영화 자체 느낌은 달라졌을 것 같아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단계인 프리프로덕션에서 많이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는 박기웅은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이해랑이라는 캐릭터화가 되어 갔다. 북한말도 배웠고, 특공무술을 기반으로 한 액션도 소화했다. 기타도 연습을 했다"고 회상했다.

"배우는 과정은 어렵지만 배워두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제가 기타를 전혀 못 쳤거든요? 기타를 배웠는데 지난 3월 팬미팅에서 기타 연주를 하면서 노래도 부를 수 있었어요. 나름 저와 맞는 악기인 것 같더라고요. (웃음) 대단한 실력은 아니지만 팬들과 진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죠."

김수현과 이현우는 영화 제작 초반에 캐스팅됐고, 박기웅은 거의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김수현이 주인공이라 많은 이들이 해랑 역을 꺼렸다. 모르긴 몰라도 방송계와 충무로의 대세가 된 김수현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을 거다. 하지만 박기웅은 합류했고, 자신의 역할을 오롯이 해냈다.

드라마 '각시탈'이나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보여준 인상 깊은 연기가 멋졌고, 이번에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그이니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 요인을 김수현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게 확실하다.

박기웅은 한 CF에서 '맷돌춤'이 히트하며 주목을 받았다. 광고로 시작했지만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이제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손만 내밀면 뭔가가 잡힐 줄 알고 아등바등했다"고 과거를 털어놓았다.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차곡차곡 연기로 인정을 받고 있는 연기자인 박기웅은 "경력이 쌓이면서인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맡은 바 연기를 열심히 하면 순리대로 잘 되어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래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작품이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사실 전 그림을 업으로 하고 싶었던 미술학도였어요. 예체능계에서 1등도 했었지만 대학입시에는 실패했죠. 운이 안 좋았다고 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2003년 길거리 캐스팅이 됐고, '그래 연기를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CF도 잘 되고 연기도 주목을 받게 돼 좋았어요."

★예체능계 1등 하던 미술학도…대입에는 실패

그가 이 세계의 달콤함에만 빠진 건 아니다. "첫 소속사와 안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대학로에서 연기를 했을 때도 있었고요. 나름 힘든 시기였죠. 제가 출연한 작품 중에 안 된 것도 꽤 많아요. '더 뮤지컬'이라는 드라마는 조기 조영했고, SBS 금요일 그 시간대 드라마는 그 이후로 아예 폐지돼 버렸죠."(웃음)

박기웅은 "지금보다 더 잘 되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는다. 이유는 "작품 선택이 조금은 더 많아지고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돈은 더 많이 안 벌어도 좋다"고 강조했다.

사람들 앞에서 엉덩이를 까고 볼일을 보고, 콧물도 흐르는 척 위장하는 등 김수현의 바보 연기에 대해서도 물었다. 옆에서 지켜본 그의 평가는 어떨까?

"부담 없이 잘한 것 같아요. 수현이와 비슷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제가 예전에 드라마 '남자 이야기'라고 '각시탈'과 '최고다 이순신'을 하신 PD님과 작품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틱 장애가 있는 천재 해커였는데 수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죠. 수현이도 고민한 게 아마 그런 거였을 거예요. 어떻게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지 말이죠. 하지만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잘한 것 같아요. 제가 바보 동구 역할을 했다면요? 비교할 순 없겠지만 수현이가 한 것과는 다르겠죠. 물론 제가 더 잘했을 거라는 말은 아니고요."(웃음)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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