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듯 야구장 응원…겨울엔 전훈장까지 원정
삼성라이온즈 홈경기가 있는 날, 대구야구장에는 어김없이 강경덕(32) 씨가 나타난다. 삼성라이온즈 복장을 갖추고 자신의 지정석(?) 격인 3루 외야석 높은 곳에서 경기를 관전한다. 대구지역 웬만한 야구 마니아라면 강 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삼성라이온즈 구단과 선수들도 인정하는 '골수팬'이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도 뜨겁다. 강 씨는 "야구는 내 삶에 안식을 주는 유일한 선물이며 내 인생의 동반자"라고 한다.
◆야구는 내 운명
강경덕 씨. 그는 경산에 있는 중소기업(밸브제조업체) 회사원이다. 밸브 조립원으로 입사했지만, 지게차도 운전하는 등 회사에서 어떤 업무라도 맡기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상사에게도 '근면 성실하면서 책임감이 강하다'란 평판을 얻고 있다.
강 씨의 야구인생은 우연히 시작됐다. 그는 질풍노도기인 중학교 시절, 가출을 하는 등 끝없이 방황했다. 오랫동안 무단결석하면서 학교 측이 퇴학을 고려할 정도로 골칫거리 학생이었다. 자칫 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할 뻔한 '불량학생'을 살려낸 사람은 고교 선생님이었다. 강 씨는 중3 담임이 권유한 대중금속공업고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1학년 때 담임 송대호(사회과목) 선생님께서 인간적으로 저를 대해줬다"고 밝힌다. 이젠 '가족과 자신에 대한 반항'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엄격한 규율을 자청해 기숙사로 들어갔다. 술'담배도 끊었다. 야구와의 인연을 시작한 것은 고2 때였다. 담임인 강구익(체육교사) 선생님이 "경덕아, 너는 취미가 뭐냐? 뭐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 당시 한창 프로야구가 붐이었던 때여서 "야구를 좀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강 교사는 "그러면 넌 야구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해보라"고 권했다. '어차피 공부로 승부를 걸 수 없을 바엔 좋아하는 야구공부를 해보자'고 결심했다. "야구에 눈을 뜨면서 학교가는 일도 즐겁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고 한다. 강 교사의 관심은 방황하는 제자를 정상적인 삶으로 궤도 수정을 하도록 인도해 준 인생의 나침반이 된 셈이다.
◆야구심판'야구이론 분석가 꿈
야구를 좋아하게 되면서 아마추어 야구선수를 꿈꾸었다. 아마추어 야구동호인 팀에서 열심히 야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야구시합 도중 허리를 다쳤다. 결국, 야구선수의 꿈은 접었다. 그 대신 야구이론을 열심히 공부하여 아마추어 야구심판과 야구분석 전문가로 꿈을 바꿨다. 요즘도 야구이론 공부에 심취해 있다. 그는 삼성라이온즈의 열혈 팬 중 한 사람이다.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있는 날은 신바람이 난다.
2010년과 2012년엔 서포터스로 삼성라이온즈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여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그가 좋아한 선수는 양준혁과 기아 타이거즈의 이종범 선수다. 두 선수가 은퇴한 후 요즘은 삼성 김상수 선수의 팬이다. "김상수 선수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유격수이며 삼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강 씨의 기분은 삼성라이온즈의 성적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다. 올해는 삼성이 초반부터 성적이 좋아 기분이 상승세다. "삼성라이온즈가 작년에도 우승했지만, 초반에 선수들 간 단합이 안 되고 최형우'배영섭 선수의 부진으로 타선의 조화가 안돼 전반기 성적이 매우 부진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한국을 대표하는 '3선발', 장원삼'배영수'윤성환 선수가 잘하고 있고 중간불펜 투수진이 강해 공수가 조화로울 것이다"고 평가한다.
◆내 인생의 절반, 야구사랑!
그는 야구시즌이 되면 회사 출근과 야구장 출근, 두 가지만 한다. 주위에서 종종 "돈 벌어서 야구장 가는 비용으로 다 쓰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
그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지 않느냐? 연간 대구에서 열리는 67경기 중 40경기 정도는 야구장에 간다. 야구를 좋아하게 되면서 술'담배도 끊었는데 거기서 절약한 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야구경기가 끝나면 집에서 모니터를 보고 꼼꼼히 그날의 야구성적을 정리한다. 삼성 선수들의 개인 성적은 물론 경기 분석자료도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다. 그의 야구 관전평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야구에 대한 그의 생각은 명쾌하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패배는 곧 죽음이다,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한 프로 근성의 야구를 펼치는 김성근 감독을 좋아한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전쟁터보다 치열하고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한다. 프로세계는 승리가 최우선 목표다. 구단이 아무리 이벤트 마케팅을 잘해도 경기에 패하면 관중은 외면한다'는 김 감독의 소신에 공감한다.
최근 NC와의 3연전에서 아쉬운 성적을 낸 삼성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낸다."삼성 타자들은 모두 이기적인 플레이를 했다. 도대체 선수들이 이기려는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앞으로 삼성라이온즈가 명심해야 할 것은 "매 경기마다 한국시리즈 7차전이란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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