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알포트 증후군' 앓는 이동민 군

입력 2013-06-26 08: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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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꿈인 청년 '살고 싶어요"

24일 오후 이동민(가명
24일 오후 이동민(가명'19) 군과 어머니 장은주(가명'47) 씨가 병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고 있다. 어머니 장 씨는 동민 군에게 신장을 주면 아들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죄송한데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동민(가명·19) 군은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때 자주 다시 묻는다. 청력이 남들의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들리지 않으면 되물으면 되고, 좀 더 주의 깊게 들으면 된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동민 군이 앓고 있는 희귀병인 '알포트 증후군' 때문이다.

◆앞으로 5년을 못 넘길 수도…

'알포트 증후군'은 신장의 '사구체'에 이상이 생겨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행되는 희귀병이다. 신장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것은 물론 청력 약화 등과 같은 증상도 동반한다. 동민 군은 다섯 살 때 피가 섞인 소변을 보기 시작하면서 이 병에 걸렸음을 알게 됐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어요. 얼굴이 부어오른다 싶으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죠. 그때 음식 조절을 잘했다면 신장이 나빠지는 속도는 좀 늦추었을 텐데 그걸 잘하지 못해 아쉬워요."

이 병 때문에 동민 군은 어릴 때부터 병원을 제 집처럼 오갔다. 조금만 격렬하게 운동하면 관절에 무리가 오거나 닳아버려 응급실도 꽤 많이 오갔고 수술도 받았다. 그리고 신장이 몸의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다 보니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팔과 다리에 쥐가 자주 났다. 그러나 동민 군은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뎌내야만 했다.

"이 병이 나으려면 신장이식 밖에 방법이 없었어요. 신장이식도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성인이 돼 어느 정도 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파도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근근이 버텨오던 동민 군에게 위기가 닥친 건 이달 중순쯤이었다. 몸이 갑자기 안 좋아져 쓰러지기 직전이었던 동민 군은 부모님과 함께 병원으로 달려갔고, 병원으로부터 "신장 기능이 현재 10%밖에 남아있지 않아 지금 신장이식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5년을 못 넘길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친구들도 아픈 걸 몰라요

동민 군은 부모님이 모두 지체장애인인 탓에 어릴 적 외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이때만 해도 쾌활한 외가 식구들 덕에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활발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청력이 나빠지더니 선생님의 설명이 잘 들리지 않게 됐다. 자연스레 성적은 떨어지고 성격도 점점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노력한 끝에 동민 군은 올해 한 대학의 조리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자신이 바라던 요리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록 귀가 잘 안 들리고 요리실습을 하던 중에 손에 쥐가 나기도 했지만 열심히 학교 진도를 따라갔다.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했다. 처음 한 일은 음식점에서 '서빙'을 하는 일이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음식점 사장님이 동민 군의 처지를 알고 목소리를 크게 하거나 몸짓을 섞어가며 지시를 했고 그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일할 수 있었다.

동민 군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투병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친구들에게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부끄럽기도 하고 말해봤자 좋을 게 없을 것 같았거든요. 가장 친한 친구들도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귀가 조금 어둡다는 정도만 알 뿐 알포트 증후군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라요. 친구들에게는 '모은 돈으로 멀리 여행갔다 온다'고 말하고 병원에 입원했어요."

◆어머니의 신장을 받을 수 있지만

동민 군의 가족 중 신장 이식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 장은주(가명'47) 씨 뿐이다. 아버지 이병훈(가명'50) 씨는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어 신장을 이식해 줄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의 혈액형은 AB형이고 동민 군의 혈액형은 A형으로 서로 달라 항원'항체 조절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장 기능이 많이 망가져 있기 때문에 혈액 투석도 곧 받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을 돈이 없다는 것이다. 병원에 따르면 동민 군의 신장 이식 수술에 1천700만원 정도나 든다. 그러나 동민 군의 부모님은 모두 지체장애인인데다 현재 직업도 없다.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프레스기계에 한 쪽 팔을 잃어버렸고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수 년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 또한 지체장애와 함께 간질 증세가 있어 정상적으로 취업해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모아둔 돈도 없고,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돼 받는 월 60만원만으로 근근이 생활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동민 군을 그냥 둘 수 없기 때문에 부모님은 수술비 마련을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지만 수술비를 변통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청이나 동사무소로부터는 "현재 바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자금은 없는 상태"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구청에서 지원하는 긴급의료지원비는 300만~500만원 정도여서 수술비로 턱없이 부족하다. 친가, 외가 역시 손을 벌릴 수 있는 형편이 못 돼 동민 군과 부모님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동민 군은 수술을 받게 되면 먼저 "살 좀 붙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키 165㎝, 몸무게 45㎏의 왜소한 몸으로는 버텨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열심히 준비해 꿈꾸던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신장 이식을 받더라도 몸 관리, 음식 관리를 잘 못하면 이식받은 신장도 제 역할을 못한다고 해요. 수술을 받아 빨리 몸이 회복돼 요리사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어떻게든 꼭 이겨내고 싶어요."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매일신문사'입니다.

※매일신문'대한적십자사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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