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추징' 섬개연 적립금 거덜날 판

부가세 환급 소송 패소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하 섬개연)이 부가세 환급 추징세를 돌려받지 못해 적립금을 모두 잃을 처지에 놓였다. 2011년 추징받은 16억원의 세금을 적립금으로 낸 뒤 조세심판을 통해 돌려받으려 했지만 패소했기 때문이다. 섬개연은 추징세를 돌려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할 예정이다.

◆부가세 환급 엇갈린 주장

대구지방국세청은 지난 2011년 말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다이텍연구원,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협) 등 섬유기관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여 20여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비영리 법인인 섬유기관 3곳이 매입 부가세 등 공제를 받을 수 없는 매출에 대해서도 부가세를 환급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추징금액은 섬개연 16억원 등 3개 기관을 합쳐 24억원이다.

다이텍은 곧바로 수정신고해 추징세를 지급했다. 반면 섬개연과 섬산협은 불복해 지난해 4월 국세조세심판원에 심사청구를 했고 섬개연은 가산세를 피하기 위해 약 15억원의 적립금과 일부 예산을 사용해 추징세를 미리 지불했지만 최근 패소했다.

섬개연 관계자는 "세금추징이 있기 전 섬개연 내 신제품센터는 영리 활동을 할 수 있어 이때 발생한 매출은 비과세 지위를 누렸지만 이후 섬개연이 연구목적(기능)만을 가지면서 비과세 지위를 포기했다. 하지만, 매년 자재구입 비용의 부가세는 국세청이 환급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무당국은 연구기관의 R&D 사업은 생산활동이 아니며 재투자 개념이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신제품센터 역시 사업계획서 상에 생산을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닌 연구지원이 목적인 곳이기 때문에 환급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섬개연 측은 "그동안 우리가 받아온 회계감사에서도 부가세 환급은 잘못이 없는 것으로 나왔고 법무사와 변호인 등에게 자문한 결과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며 "엑스코 역시 추징세를 냈다가 지난해 돌려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엑스코는 16억원의 추징세 중 7억원을 지급했으며 조세심판원을 통해 지난해 약 7억원을 돌려받았다.

◆섬개연 패소로 적립금 잃을 판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지난달 말 엑스코와 달리 섬개연 측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섬개연 관계자는 "예산을 절감할 방안을 여기저기에서 찾아보고 있다"며 "과제진행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섬개연의 자구노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다이텍연구원의 경우 2007년 10억원 대의 세금폭탄으로 적립금과 예산 등을 사용하면서 결국 직원 20여 명이 구조조정되고 임금이 깎였다.

다이텍 관계자는 "2007년 당시 입은 피해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2011년 세금폭탄을 맞았을 때에도 국세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하기보다 수정신고했다"며 "금액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지만 어차피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자진해서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섬개연은 추징세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조만간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