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세금 도둑

입력 2013-06-24 11:31:19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가 1963년 대장성(大藏省) 장관으로 부임할 때의 일화다. 학벌 좋은 관료들이 즐비한 대장성의 공무원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니가타 시골에서 도쿄로 올라와 더부살이를 하면서 겨우 2년제 고등소학교 토목과 졸업장을 손에 쥔 정치인이 수장이 되자 집단 반발한 것이다.

하지만 다나카는 취임석상에서 "여러분은 천하의 수재들이지만 나는 소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알아서 일하면 책임은 내가 집니다"고 말했다. 1분도 안 되는 취임사였다. 이 말에 직원들의 불만은 쑥 들어갔다. 대장성은 예산과 조세'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대형 관청으로 특히 재정 정책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관청 중의 관청'으로 불렸다. 자연히 관료들 콧대도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라고 대장성은 온갖 비리와 독직 사건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상당수 관료가 은행들로부터 퇴폐 유흥업소에서 접대받다가 적발돼 대장성 해체 여론마저 들끓었다. 만신창이가 된 대장성은 결국 2001년 행정조직 개혁으로 132년 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간판을 바꿔 단 재무성 관리들도 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2008년 심야 귀가 직원에게 보조하는 '택시 티켓' 사건이 터졌다. 500명이 넘는 재무성 직원들이 택시회사와 짜고 높은 요금을 기입해 차액을 챙기다 들통 난 것이다.

공직자들의 이런 파렴치 행위는 우리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대구 몇몇 구청 공무원들이 초과 근무 수당을 타기 위해 꼼수를 부리다 물의를 빚었다. 최근 대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휴일에 근무한 것처럼 속이고 수당을 타내려던 한 여성 공무원을 택시 기사가 시청에 제보했지만 시청은 오히려 제보자 신원을 유출해 협박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휴일 근무 찍고 다시 집에 가서 자려고…"라는 말이 택시 블랙박스에 녹화됐고 심지어 "카드 찍고 얼른 나오겠다"며 택시를 대기시키기도 했다. 더 가관인 것은 대전시청의 행태다. 블랙박스가 불법이라며 제보자를 추궁하는가 하면 교통 담당 공무원이 택시 회사에 압박까지 넣었다. 세금 도둑질한 공무원이나 제 식구 감싸기에 바쁜 시청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좋은 것을 배워도 모자랄 판에 나쁜 것만 따라하는 우리 공직 사회의 낮은 도덕성과 자질에 누가 세금 꼬박꼬박 낼 마음 생기겠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