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묻혀 심사조차 못할 판

입력 2013-06-24 10:24:48

여야 대표 임시국회서 처리하겠다던 83개 법안

경제민주화 대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던 6월 임시국회가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국정조사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NLL(북방한계선) 관련 대화록 공개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음 달 2일 끝날 6월 임시국회가 후반전에 접어들었지만, 여야 대치로 소위 심사단계도 파행을 거듭해 18일 여야 대표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83개 법안 등 각종 민생법안 처리도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특히 본회의 상정 전 마지막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가 국정원 사건을 둘러싼 정쟁의 중심에 있어 "9월 정기국회까지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새누리당 안종범 정책위 부의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공약 관련 111개 중점법안을 꼭 처리하기로 했지만 절반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여야 지도부가 두 거대 쟁점에 휘말려 입법에 신경 쓸 틈이 없다는 것이다.

여야의 주요 격전지는 경제민주화 법안을 논의하는 정무위와 각종 노동 현안을 논의하는 환경노동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논의하는 국토교통위 등이다.

정무위에서는 '남양유업 사태'로 제정안이 발의된 '대리점거래 공정화법'을 놓고 기존의 규제로 충분하다는 반대 의견이 맞서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 4월 국회 패키지로 처리될 예정이었던 경제민주화 3개 법안은 명암이 엇갈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법만이 법사위를 통과했을 뿐 불공정한 가맹점 계약을 무효화해 가맹사업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프랜차이즈법'은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FIU법'은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환노위에는 근로시간 단축'정리해고 요건 강화'통상임금 개편 등을 논의하기 위한 법안들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심사하지 못한 법안부터 논의하자는데 반해 민주당은 쟁점을 일괄 논의하자는 등 법안심사 순서를 놓고 벌어진 신경전 끝에 지난주 법안 소위는 파행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국회 국토위는 지난주 '리모델링 수직 증축'을 허용하는 법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일부 의원들이 '강남권에만 혜택을 준다'며 반대해 의결이 무산됐다. 주택 바우처와 행복주택을 도입하는 법안은 최근 발의돼 6월 국회에는 상정될 가능성이 낮다.

신흥국가에 대한 양적 투자를 줄이겠다는 이른바 '버냉키 쇼크'로 국내 경제에도 위기 상황이 점쳐지는 가운데 경제민주화 법안 상당수는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갈 태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갑의 횡포를 막고 을을 지키겠다'던 국회만이 위기 극복에 나서지 않고 정쟁으로 '뻘짓'만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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