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후폭풍' 아시아 증시 와르르

입력 2013-06-21 10:14:47

美 양적완화 축소 방침 CDS 프리미엄 급등, 국가부도위험 지표↑

버냉키 후폭풍이 거세다.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신흥국 부도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져 국내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까지 동반 하락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흥국 부도위험지표 급등

미국의 출구전략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국가부도위험 지표가 급등했다. 금융투자업계와 파생상품 전문기업인 슈퍼디리버티브즈에 따르면 한국의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미국 뉴욕시장에서 19일(현지시각) 92.54bp(1bp =0.01%p)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보다 12.12bp(15.07%) 급등한 연중 최고치다.

여타 신흥국 사정도 비슷하다. 브라질의 CDS 프리미엄은 18일 164.02bp에서 19일 175.87bp로 11.85bp(7.22%) 올랐고 같은 기간 태국의 CDS 프리미엄은 96.45bp에서 104.05bp로 7.60bp(7.88%) 상승했다. 중국의 CDS 프리미엄도 94.52bp에서 102.57bp로 8.05bp(8.52%) 올랐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카타르 등도 2.48∼4.17%씩 CDS 프리미엄이 상승했다. 특히 이집트의 경우 CDS 프리미엄이 720.63bp에서 762.04bp로 하루 만에 41.41bp(5.75%) 급등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의 CDS 프리미엄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내렸다. 미국의 CDS 프리미엄은 19일 20.10bp로 전날보다 0.01bp(0.05%) 오르는데 그쳤다. 일본 CDS 프리미엄은 77.44bp로 0.29bp(0.37%) 하락했다. 이는 유동성 공급이 줄면서 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아시아 증시는 동반 하락했다. 20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76% 하락한 2,084.02로 마감해 올 들어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대만 가권지수와 호주 S&P/ASX200 지수도 각각 1.35%, 2.02% 급락한 7,898.91과 4,743.89로 장을 마감했다. 동남아 증시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필리핀 PSEi 지수는 6,307.79으로 3.15%, 태국 SE 지수는 1,394.35로 3.02%,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종합지수는 4,665.24로 2.94% 주저앉았다.

◆재계 실물경제 위축에 촉각

엔저에 이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으로 대외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돌출되자 재계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폭이 커져 환율, 금리, 주가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런 영향은 고스란히 실물경제로 전이돼 국내 기업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제회의에 참석 중인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20일 "우리 경제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은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엔저 쇼크, 유럽발 경기회복 지연에 이어 미국발 악재가 더해지면서 대외적으로 삼중고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계는 대외 악재 외에 대내적으로 경제민주화 입법과 사정당국의 고강도 압박이 펼쳐지는 데 대해 한숨을 쉬고 있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대내외 변수가 많아져 기업들이 최근 투자와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기업규제 강화를 논의하기에 앞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대외적 어려움을 극복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환율 등 금융 변수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의 내실 경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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