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무서운 이야기2' 여고생 탄희 역 김지원

입력 2013-06-20 14:06:25

데뷔 4년차 저에게 동네서 조차 "배우해봐" 굴욕 더러 겪어요

# 과격 캐릭터 맡아 '욕' 하다보니 자연스러워져

# 여고생 배역 단골…성숙한 모습 보일 날 있겠죠

배우 김지원(21)은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에서 엉뚱한 4차원 매력의 여고생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에 앞서 그는 영화 '로맨틱 헤븐'(2011)의 주인공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장진 감독은 김지원의 첫인상을 "김혜수나 김희선을 봤을 때의 느낌"이라고 극찬을 했을 정도다. '로맨틱 헤븐'은 관객의 사랑을 받진 못했지만 김지원은 살아남았다. '로맨틱 헤븐'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시트콤과 드라마, 영화에서 제대로 발산해 얼굴을 알리고 있다.

"장진 감독님은 '로맨틱 헤븐' 이후 연락 안 하시던데요?"라며 장난스럽게 웃는 김지원. 자신에게 첫 영화 '로맨틱 헤븐'은 "좋은 영화고, 절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고마워한 그는 "살갑게 먼저 연락하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가끔 안부 인사를 건넨다"고 웃었다.

김지원에게 잊지 못할 또 다른 영화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다. 지난해 개봉한 1편에서 홀로 살아남았던 그는 5일 개봉한 '무서운 이야기 2'의 '탈출' 편에 등장한다.

"들은 얘기지만 감독님(정범식)이 제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대요. 우리 집 앞에서 드러누울 준비하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잘 봐주셔서 감사하죠."(웃음)

김지원은 "연속으로 같은 시리즈에 출연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욕심이 나더라"며 "부담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감독님을 향한 믿음도 있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회상했다.

'무서운 이야기 2'의 4번째 에피소드 '탈출'은 학교에서 무시당하는 교생 선생인 병신(고경표)이 여고생 탄희(김지원)가 알려준 괴담을 따라 하다가 지옥 입구에 갇히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공포로 접근하는 건 맞지만, 상황이 재미있고, 중간마다 튀어나오는 대사들이 웃음을 주기도 한다.

"과격하고 특별한 여고생 역이라서 욕도 좀 많이 해요. 흑마술에 심취해 사탄을 숭배하는 친구죠. 괴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눈썹을 많이 없애기도 했고요. 그래도 전문적인 건 아니에요. 귀엽게 펜으로 문신을 그린 친구라니까요. 물론 교생 선생님인 경표 오빠를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노는 학생이었지만요."(웃음)

김지원은 상대역인 고경표에 대해 "쾌활하고 유쾌한 분"이라며 "대본 리딩 때부터 즐거웠다"고 기억했다. "경표 오빠와 서로 마주치는 신은 거의 없었어요. 전화로 통화하는 신이 많았죠. 하지만 감독님 덕분에 호흡이 좋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많은 지도를 해주셨거든요."

김지원은 솔직히 "처음에는 '탈출'이 이상한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개병맛 코믹호러판타지라고 한 적이 있는데 딱 맞는 말이다. 감독님의 설명을 듣고 촬영을 이어갈 때 정말 믿음이 생겼다. 유치한 면도 있는데 경계를 잘 맞춘 것 같다"고 좋아했다.

"욕 연기도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고 만족한 그는 "'김지원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어?'라고 할 정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2010년 '오란씨걸'로 CF 데뷔했으니 이제 겨우 4년 차 연기자다. 아직도 많은 이가 자신을 못 알아본다고 고백한 그는 "집 앞에서 일본 음식을 파는 아저씨 아주머니가 '예쁜데 배우로 데뷔하라'고 한다"는 굴욕담도 전했다. 하지만 "아직 많이들 몰라주셔도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연기가 부족한 면도 있었는데, 자연스러워진 부분도 많아졌고 긴장도 덜 하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처음에는 연기할 수 있게 된 게 그냥 행복했어요. 열아홉 때는 우왕좌왕한 게 있었는데, 얼마 되진 않았지만 쉬지 않고 일하는 게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죠. 제 또래 친구들이 '무엇하며 살아야 하나?'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신데렐라'라는 말이 어리기도 해서 부담스러웠고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걸 알았어요."

스무 살이 넘었지만 '하이킥'과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영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에서 계속해서 고등학생 역할을 맡는 김지원. 동안 외모 덕분인지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이 잘 어울린다. 고등학생 역할이 부담스러울 법도 할 것 같다.

하지만 김지원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한편 '무서운 이야기 2'는 '탈출' 외에도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세영(이세영)과 박 부장(박성웅)이 보험 사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444'(감독 민규동), 조난당한 두 친구(이수혁, 성준)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에피소드를 그린 '절벽'(감독 김성호), 여행을 떠난 친구들 지은(백진희), 미라(김슬기), 선주(정인선)가 사고를 당한 뒤 악몽이 돼버린 여행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고'(감독 김휘)로 구성돼 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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