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백일장] 수필1-풀과 사람

입력 2013-06-20 14:07:00

이태순(대구 중구 동인3가)

경칩이 지날 무렵, 그동안 뜸했던 탓에 푸르스레 새싹을 돋아냅니다. 부드러운 결마다 초록색 앙금 머금어 벚꽃 잎이 솔잎처럼 날카로운 새싹을 돋아내 냄새 풍깁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거들떠보지 않고 코 막고 무참히 나를 밟고 가십니다그려.

하늘이 울던 날, 새싹이 이슬 머금고 한층 자랐을 때 소나무 곁 굼벵이 품 속 지녀 사랑을 바람 태워 풍겨댑니다. 너무 자라 풍긴 탓일까, 당신은 냉철한 직선 속의 가위로 무참히 내 몸을 잘라냅니다.

그리고 몸속에 고인 사랑이 밴 탓일까. 그 사랑 바람 타고 넘쳐 흘러 당신의 옷에 스칩니다. 하나 당신은 당신 옷에 밴 그 냄새 맡기 싫어 시냇가에 걸터앉아 방망이질합니다.

그렇게 풍기던 풀냄새 사라지던 날, 당신은 국화 한 다발 들고 하늘 바라보며 하늘 위로 걸어갑니다. 나는 당신이 떠난 그 자리 혼자 머물러 순백색 색깔 지니며 추억냄새 내 몸에 한껏 머금고 나 또한 사라집니다. 그렇게 긴 폭풍이 지났을 무렵, 나는 다시 돋아 그대 곁에 머무르며 에워싸 그 슬픈 냄새 풍깁니다. 그곳을 지나는 이들은 그 냄새에 코끝 찡하여 당신과 내가 머무는 자리 그곳에 사랑을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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