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독일에서 반유대 시위가 벌어진다면

입력 2013-06-20 11:26:25

학생이 교사에게 물었다. "선생님, 역사는 왜 배우는 거예요?" 교사, 학생에게 다짜고짜 꿀밤을 먹인다. "배워야지." 엉겁결에 꿀밤을 맞은 학생, "아, 왜 때려요." 교사, 다시 학생에게 꿀밤을 먹이려 든다. 학생, 이번에는 잽싸게 피한다. 교사 왈 "어쭈, 이것 봐라. 피했네." 화가 난 학생, "아, 왜 자꾸 때려요, 역사는 왜 배우냐니까요." 교사, 그제야 학생에게 말한다. "네가 나한테 맞았던 걸 기억하지 못했다면 두 번째로 때렸을 때 피할 수 있었을까."

요즘 온라인상에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떠돌고 있는 글을 각색한 것이다. 학생과 교사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역사교육이 왜 필요한가'를 잘 웅변하고 있다.

아놀드 토인비가 지적했듯 역사는 반복된다.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려 한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은 역사교육의 몫이다.

일본에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이란 극우 단체가 있다. 지난 2007년 구성돼 인터넷을 중심으로 반한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1만 3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반한(反韓) 나아가 혐한(嫌韓)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데 거침이 없다. 한국인에 대해 헤이트 스피치(특정 민족이나 인종의 사람에게 드러내는 증오 섞인 표현)를 쏟아낸다.

재특회가 지난해부터는 거리로 나섰다. 매주 재일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을 돌며 반한 시위를 벌인다. 16일에도 회원 200여 명이 도쿄 신오쿠보 역 주변 한인 타운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샐러리맨이나 주부, 공무원 등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내거는 문구는 소위 '배운 사람'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조선인은 기생충' '바퀴벌레 구더기 조선인들' 등 부당하게 한국인을 모욕하는 피켓과 구호가 난무한다. 일본인 야스다 고이치는 이들은 '자기들이 피해자'라는 공통된 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한 번도 과거 일본이 한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가해자라는 사실을 배우지 못했다. 인정하려 들지도 않는다.

제2차 대전 패전 후 독일과 일본의 역사교육은 완전히 달랐다. 독일 교육은 나치 독일에 대한 통렬한 반성에서 시작했다. 나치는 분명한 전범이었다. 나치 정권이 저지른 온갖 잔혹한 행위들을 독일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진 자료까지 곁들여 상세하게 교과서에 실었다. 전기 철조망에 걸려 죽은 수용소 수감자의 사진, 1945년 영국군이 독일 베르겐 벨젠 수용소를 해방시켰을 때 발견한 시체 더미 사진을 있는 그대로 다뤘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숨김없이 사과하고 치유하려 했기 때문에 피해국과 다툴 일이 없다. 과거 나치에 대한 추적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전후 60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달랐다.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패하기까지 일제의 역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웃 국가를 점령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숨겨야 할 역사다. '위안부로 전장에 내보낸 사람도 적지 않았다'는 표현이 지난해 검정 통과 시엔 '위안부로 내보낸 사람도 있었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역사교육이 이렇다 보니 야스쿠니신사를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빗대거나(아베 신조 총리), 태평양전쟁이 침략 전쟁이 아니다(이시하라 신타로 일본 유신회 공동 대표)는 그릇된 역사관을 가진 우익 정치인이 득시글댄다. 수도 한복판에서 인종차별적 시위가 수시로 벌어진다.

최근 보다 못한 UN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가 일본 정부에 범국민 차원의 위안부 문제 교육을 권고하고 나섰다. 일본 국민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시키라는 주문이다. 미국 일리노이 주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제2차 세계대전 중 자행된) 인신매매 문제를 미국 땅에서 교육하겠다"고 나섰다.

일본은 여전히 청개구리다. 집권 자민당은 지금 이뤄지고 있는 교육조차도 '자학사관'에 입각한 것이라며 역사상의 사건을 확정적으로 기술하지 말라고 교과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같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지만 그릇된 과거를 인정하고 교육한 독일은 과거에서 벗어났지만 이를 감추려고만 드는 일본은 여전히 과거에 묻혀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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