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의 대학에 대한 불편한 진실

입력 2013-06-20 11:28:52

대학이 없는 한국을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모두 한국의 대학에서 젊은 인재를 양성한 결과이다. 자연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노동력과 창의성이며 이에 의지하여 오늘의 국가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어떠한가. 그 불편한 진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로할 용기가 있는 것인가. 여기서 필자가 경험한 한국 대학의 진실에 대해 두 가지 사실을 고백해 두고자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반값 등록금이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 반값 등록금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문제는 정치권 생색 내기용으로 전락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실질적인 대책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전략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유권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실제 대학 현실에서 반값 등록금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수업 시간을 단축한다든다 강의 단위를 대형으로 조정한다든가 아니면 전임 교원에게 수업 시수를 더 많이 요구한다든가 하는 일이 여러 대학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한국의 대학 경쟁력을 논하는 상반된 요구가 있다. 국내 순위가 정해지고 아시아 순위가 발표되고 세계 순위가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대학 경쟁력이 아주 부진하다고 질타한다. 또는 많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중국의 약진에 비해 너무 지지부진하다고도 한다.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겠다는 나라에서 대학의 세계적인 경쟁력 부진을 말할 수 있을까. 특별한 정부 지원을 대안으로 구상해 볼 수 있지만 아직은 면피용 대책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지 않다. 한국의 대학이 새로운 세기를 선도하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계 수준의 성과물을 산출하게 만드는 확실한 지원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미래 창조의 현장이 대학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학이 미래 창조의 생산 현장이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정부의 발표가 현실화될 것이다.

다음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재들을 그대로 산업 현장에 투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의 유수한 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만났다. 그분은 "대학 평가 왜 그렇게 합니까?"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 평가가 현장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 교육이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최고의 기업에서 연봉과 그 몇 배에 해당하는 교육비를 들여 신입 사원들을 훈련시키고 나면 삼사 년 사이에 상당수가 회사를 퇴직하고 만다는 것이다.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생산 현장에 있는 그들의 고민이라는 것이다. 겨우 유능한 인재로 훈련시켜 놓으면 직장을 바꾸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는 것이다. 좀 더 편하고 쉬운 직종을 찾아가는 젊은 세대를 바라보면 한국은 앞으로가 아주 문제라는 그분의 독백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분의 이야기는 겉으로 화려한 스펙을 쌓느라고 방황할 것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생산 현장에서 견딜 수 있는 인간교육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지표라는 것이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쓸모가 없다는 그분의 발언에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대학은 당장 현장에 필요한 교육만을 하는 곳은 아니다. 대학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대학 교육의 본질은 다양한 인문 교육을 통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교육하는 것이다. 기술 교육이나 현장 교육과는 다른 점이 있어야 대학의 존재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생산 현장에서 견디지 못하는 인재라면 그들이 아무리 고상한 교양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중심 동력은 약화되고 말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한국의 대학 교육이 현장 교육도 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인문 교육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생 유권자를 유혹하고 대학을 압박하는 정치권력이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졸업생을 양산하고 있는 대학 당국 모두 일대 개혁이 요구되는 중대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동호/시인·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