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고 캠프체험…미 해병대·성바오로유치원 "우린 한가족"

입력 2013-06-19 10:55:23

무적캠프 장병들과 7년째 인연 매주 화요일 영어 지도 구슬땀

포항 성바오로유치원과 미 해병대 무적캠프 장병들은 비록 얼굴 모양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매주 화요일이면 한가족이 된다. 신동우기자
포항 성바오로유치원과 미 해병대 무적캠프 장병들은 비록 얼굴 모양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매주 화요일이면 한가족이 된다. 신동우기자

"키 크고 힘센 파란 눈의 아빠, 엄마가 정말 좋아요!"

18일 오전 10시 포항시 남구 오천읍 성바오로유치원. 이곳 아이들은 매주 화요일 이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연신 정문을 쳐다보다 이내 사람들이 들어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입에서 함성을 터뜨린다. 검지를 세우며 "조용"을 외치는 선생님들의 당부도 속수무책이다. 금세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사람들은 아이를 하나하나 안으며 다정하게 속삭인다. "Hello kids. I miss you too.(안녕 얘들아. 나도 너희들이 그리웠단다.)"

오천읍 성바오로유치원 인근에는 미군 해병대 '무적캠프'가 있다. 주한미군 부대답게 평소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곳이다. 하지만, 매주 화요일이면 무적캠프 장병들은 성바오로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이곳 아이들도 한 번씩 무적캠프를 찾아 장병들과 마음껏 뛰어논다.

이들의 인연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무적캠프 장병들은 처음에는 대민지원 차원에서 성바오로유치원 주변을 청소하고, 시설을 수리해주던 것이 지금은 학생들의 영어수업과 놀이방 선생님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날 유치원을 찾은 줌머(24) 중위는 "지난해 11월 처음 한국에 온 이후 지금까지 계속 성바오로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자칫 딱딱하고 우울한 외국에서의 군생활이 아이들을 만나면서 재미있어졌고, 활동적으로 변했다. 아이들 덕분에 한국에 대해 가족 같은 따뜻한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인자 성바오로유치원 원장수녀는 "아이들과 함께 한 번씩 무적캠프를 찾을 때마다 대규모 놀이시설을 대여해 갖춰놓거나 응급의료진을 대기시키는 등 마치 국빈대접을 받는 것 같다"며 "늘 신경 써 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오히려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 줘서 더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얼굴 모양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마치 가족 같은 미군들이 매우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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