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없는 모피아… '관치금융' 논란

입력 2013-06-18 11:11:08

농협·KB금융지주 회장 관료 출신 임명에 잡음, 공공기관장 인선 잠정 중

정부부처 산하기관장과 공공기관장 인선이 잠정 중단됐다.

청와대는 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회장에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인사) 출신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관치금융' 논란까지 이는 등 공공기관장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자 각 부처에 산하 공공기관장 인선 중단을 지시했다. 전문성이 없는 대선 공신 내정설까지 흘러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는 후문까지 흘러나온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공공기관장 인선과 관련, 전문성과 국정철학의 공유를 기준으로 내세운 바 있다. 전문성이 없다면 대선 공신을 공공기관장으로 내보내는 '낙하산 인사' 등의 논공행상은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는 친박계인 김영선 전 의원 내정설이 불거졌고 지난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쟈니 윤 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는 소문도 나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공공기관장 인선은 논공행상 대신 관료 출신들의 대거 진출이라는 의외의 결과로 나타났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과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회장, 임종룡 NH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은 모두 행시 출신 관료들이었다. 자격 시비까지 빚어진 인천공항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도 국토교통부 관료가 차지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양상도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 내정설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공모 절차가 중단됐다.

대선캠프에서 경제민주화추진위원으로 활동한 배영식 전 의원과 최경수 전 현대증권사장 등 '전문성'을 갖춘 지역인사들이 공모에 나섰지만 현직 관료 출신들에 밀려 고배를 마신 것으로도 전해졌다. 청와대와 내각에서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장 인선에서도 'TK'에 대한 보이지 않는 푸대접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에서는 이 같은 관치금융 논란과 모피아의 약진 배후로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이 지목됐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뒤 '좋은 관치도 있다'며 임종룡 농협지주회장 인선을 옹호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공공기관장 인선 전면 중단이나 백지화가 아니다"면서 "예비후보 수를 늘려서 적임자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장 인선이 지금까지와는 다소 달라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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