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생명의 사유화

입력 2013-06-17 11:07:59

1951년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데릭 생어의 인슐린 구조 발견은 재조합 인체 인슐린의 대량 생산 길을 연 의학 혁명이었다. 그 전까지는 인간의 시신이나 동물에게서 추출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 양도 매우 적었다. 생어는 이 공로로 195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지만 특허는 받지 못했다. 1979년 제넨테크라는 생명공학회가 합성 인체 인슐린의 대량 생산 방법을 개발했지만 역시 특허를 못 받았다. 다른 모든 인체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인슐린은 '자연의 산물'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자연의 산물에 대한 특허 불인정은 1980년 GE사의 미생물학자 차크라바티의 박테리아에 대해 미국 대법원이 특허를 주면서 퇴조하게 된다. 석유를 분해하는 이 박테리아는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여러 박테리아를 재조합해 만든 것이다. 특허 인정 이유는 이 미생물이 "비자연적으로 생겨나는 제품 또는 인간 발명의 생산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판결은 '생명의 사유화'란 격렬한 비판을 불러왔다. 훗날 아들 부시 대통령의 생명공학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레온 카스 박사는 이렇게 비판했다. "생명체에 대한 개인의 소유와 지배 영역의 확대에 길을 튼 이 판결에서 그 영역의 한계를 지을 수 있는 원칙은 무엇인가?… 그 원칙이란 결국 (생명이란) 존재의 본질이 하찮다는 것, 인간조차도 특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실은 우려하던 대로였다. 1985년 변형된 식물 품종, 1987년 유전자 변형으로 만든 굴, 1988년 인간의 발암 유전자를 이식한 생쥐(일명 '하버드 마우스')가 차례로 특허를 받았고 마침내 2001년에는 인간 유전자도 특허 대상이 됐다. 그 결과 현재까지 발견된 인간 유전자의 40%가 특허로 등록됐다. 인간이 창조하지 않은 '생명의 암호문'이 사유물로 전락한 것이다. 인간 유전자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난주 미국 대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인간의 탐욕에 과연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이 판결을 접하면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에드워드 소크 박사의 '무소유'가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는 떼돈이 보장된 자신의 업적을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내놓았다. 그는 백신의 특허권자가 누구냐는 물음에 참으로 명쾌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사람들이죠. 사실 특허랄 게 없어요.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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