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칼럼] 국회의원 황주홍을 아십니까?

입력 2013-06-17 11:08:51

황주홍. 기초단위 지방선거(시장'군수'구청장과 시'군'구 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당 소속, 전라남도 장흥'영암'강진 지역 국회의원이다.

그는 19대 국회에 처음 등원한 정치학 교수 출신의 초선 의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태평화재단 기획조정실장과 새정치국민회의 창당기획단 부단장도 거친 정당인이기도 하다. 또한 강진군수를 세 차례나 지낸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정당과 지방자치의 생리를 잘 아는 그가 기초단위 지방선거의 정당 공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황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이 같은 소신을 피력해왔다. 그가 군수로 있던 2010년에 쓴 는 책에는 '정당공천제는 악법이다'는 주제 아래 왜 정당 공천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그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올챙이 적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안 하려 드는 이가 유독 많은데….

황 의원은 최근 정당 공천 폐지를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에서 토론회도 열었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 가운데는 황 의원과 같은 소신과 열정을 볼 수가 없다. 대구경북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 숫자가 27명이나 되는데도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한 정당 공천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황 의원이 가진 관심의 반의반만이라도 있었으면. 생각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텐데. 기존 방식대로 정당 공천을 밀고 나가서 다음 총선에 동원할 수족(手足)들을 뽑고, 지난해 총선에 들인 돈과 물자를 보상받고 더 나아가 3년 뒤 선거에 쓸 재원을 미리 비축하려고 계획을 세운 이도 있겠지만 눈치가 보여서 말이 없는 걸까? 괜히 나섰다가 정만 맞을까 두려운 걸까?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면 차라리 "정당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소신이라도 당당히 밝히면 좋으련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국회의원들이 너무 많다.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이 분명히 있을 터인데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황주홍이라는 국회의원이 더 돋보인다. 한때는 공천의 대상이기도 했던 그가 이제 공천권이라는 칼자루를 쥐었는데도, 그 칼자루를 순순히 내려놓겠다고 한다. 그는 세 개의 군이 하나로 뭉쳐진 선거구의 국회의원이다. 정당 공천이 유지되면 세 사람의 군수를 공천할 수 있다. 그런데도 "기초선거 정당 공천은 국회의원에겐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국민에겐 백해무익하다"고 말한다. 귀를 의심케 한다.

정당 공천 제도가 국회의원 개인 공천으로 변질돼 있다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공천이 곧 당선인 영남과 호남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도 상식이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은 '슈퍼 갑'이 되고 공천을 받아야 하는 예비후보들은 완벽한 '을'이다. 갑을 관계는 만고불변 고정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니까 그렇다. 이런 데서 갑의 횡포가 나타나고, 비리가 싹트는 것이다. 국회의원들도 쉽게 유혹에 빠지기 쉽다. 공천이라는 칼자루를 쥐었으니 제대로 휘둘러 보고 싶기도 할 것이다. 지난 총선 때 들어간 돈 생각도 날 것이고, 또 다가올 총선 준비를 위한 '목돈' 걱정을 미리 할지도 모른다. 을은 이런 갑의 생각을 미리 알아내야 한다. 답은 뻔하다. 알아서 기어야 한다.

그러니 칼자루를 놓자는 황 의원의 발언은 공천권을 갖고서 '갑(甲)질'을 해보려는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눈엣가시처럼 비칠 수도 있다. 특히 '본전'을 뽑으려는 일부 동료 의원들의 '영업'을 결정적으로 방해하는 '업무방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주장은 계속된다. "공천 과정을 전후로 많은 돈이 들어가고, 각종 정당 행사와 경선 참여 등 시간적 낭비를 초래할 뿐 아니라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들에게 충성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 그의 이러한 지적에서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절절함을 느낄 수 있다.

말 한마디 못 하고, 여기저기 눈치만 보고, 소신도 없고, 존재감도 없는 국회의원의 경쟁력은 한계가 있다. 지역 출신이면서도 지역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서울 눈치를 더 보는 대표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소수 의견이 될지라도 용기를 내어 말하고 대안도 제시하는 황주홍 의원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