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산(泰山)이시다 -김주대(1965~)
경비 아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네셔서 죄송한 마음에 나중에는 내가 화장실에서든 어디서든 마주치기만 하면 얼른 고개를 숙인 거라. 그래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우편함 배달물들을 2층 사무실까지 갖다 주기 시작하시데. 나대로는 또 그게 고맙고 해서 비 오는 날 뜨거운 물 부어 컵라면을 하나 갖다 드렸지 뭐. 그랬더니 글쎄 시골서 올라온 거라며 이튿날 자두를 한 보따리 갖다 주시는 게 아닌가. 하이고, 참말로 갈수록 태산이시라.
-시집 『그리움의 넓이』(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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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마음이 움직여 가는 모든 행위에는 순환 고리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것은 마치 농부가 씨를 뿌리고 가꾸고 길러서 수확을 하고 갈무리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과 닮았다.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잘 가꾸면 수확이 많고, 어설프면 떨어진다. 환경은 하늘의 뜻이다.
'갈수록 태산'(Things go from bad to worse)이라는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의 진행이 갈수록 부정적인 것으로 꼬리를 물고 확장될 때 쓴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따뜻한 마음이 오고 가는 훈훈한 장면이 이어지는 끝에 등장한다. 인사 한 번 건넸다가 오고 가는 품새가 자칫하면 집이라도 한 채 건네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다. 다음 줄 품목을 고르느라 고민을 하는 모습이 유쾌하다. 그런 마음을 빗대는 말로 고품격이다.
김주대 시인은 비교적 젊은 시절에 주목을 받았다. 이후 무엇 때문인지 오랫동안 문단에서 감감무소식이다 슬그머니 복귀한지도 꽤 되었다. 이후 그의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 이런 것도 '갈수록 태산'이라 해야 하나 어쩌나 모르겠다.
안상학<시인·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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