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백화점에서 느껴보는 단상(斷想)

입력 2013-06-14 07:45:06

톱니바퀴같이 돌아가는 분주한 도시의 일상에 어둠이 찾아오면, 도심은 화려한 네온 불빛으로 또 다른 변화의 옷을 갈아입습니다. 도시인들은 자신들의 삶에 필요한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해 도시의 밤거리를 거닐며 그들만의 힐링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맛집 순례에서부터, 쇼핑의 즐거움과 여유는 분명 현대의 도심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진풍경이라 생각합니다. 도시는 매일 저녁 화려함과 역동성을 내뿜으며 유행의 역사를 만들어 가듯 새롭게 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도심의 화려한 조명 경관 속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며 다채로운 체험을 즐기는 백화점 쇼핑은 그중에서도 백미입니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늘 새로운 제품들을 제일 먼저 보는 즐거움과 쇼핑하는 재미에 빠져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됩니다. 물론 백화점이라는 점포가 가지는 특징상 유행을 주도하는 디자인이나 유명브랜드를 제일 먼저 만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쇼핑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쇼핑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쇼핑을 하기에 유리합니다. 또한 충동구매보다는 꼭 필요한 상품만 구매한다는 나름 쇼핑에 대한 기준을 정해 두고 있습니다. 백화점 고객들도 과거와는 달리 '사치와 허영'이라는 트렌드에서 벗어난 알뜰구매라는 새로운 소비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유행에 민감하기보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도심 속에서 가족들이 함께 이벤트를 즐기려는 변화가 백화점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상품들과 함께 시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미술전시와 각종 공연들이 그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비패턴도 점점 변화해 가는 것 같습니다. 아니 '변화'보다는 '진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합니다. 불황과 호황이 예측 없이 반복되는 현대의 사이클 속에서 굳게 닫혀 있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합리적인 방법은 결국 소비패턴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매장의 화려함과 함께 세밀한 부분까지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과 디테일한 서비스, 아름답게 장식된 예술향기의 흔적들이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진화하는 소비자를 유혹하는 감성마케팅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지나친 내수경기의 악화와 저성장은 결국 우리 사회를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불완전한 구조를 만들어 또 다른 악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소비'와 '현대사회의 풍요'라는 키워드는 아마 올해의 또 다른 화두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정숙 대구YWCA회장'대구백화점 상무 jschoi81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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