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모순 덩어리 무정부주의자, 미하일 바쿠닌

입력 2013-06-13 07:47:45

러시아의 미하일 바쿠닌은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의 아버지'로 통한다. 개인의 자유를 극한으로 추구하면서 공동 생산과 재산의 공유를 주장하는 한편, 국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정했다. 젊은 시절, 카를 마르크스와 절친했지만, 나중에 관계가 악화한 것도 마르크스와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마르크스의 이론대로 하면 독재자가 나올 것이라는 그의 예견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러나 그는 학구적인 이론가나 조직가는 아니었다. 평생 혁명을 부르짖었지만, 차가운 이성보다 열정과 본능에 따라 움직였다. 남다른 친화력과 낙천성,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사로잡았으나 남에게 피해를 줘도 눈 깜짝 않는 철면피였고 충동적이고 별난 돈키호테 형 인간이었다. 1840년대 유럽 곳곳에서 일어난 무장봉기에 참여하거나 주도했지만 대부분 촌극으로 끝난 것도 그의 모순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진지하고 적극적이었지만 계획은 비현실적이었고 논리보다 행동이 앞서며 일을 벌이되 마무리는 하지 못했다.

늘 바쁘면서도 성과가 없는 것이 바쿠닌의 삶이었다. 열변은 감동적이었지만 돌아서면 앞뒤가 맞지 않기 일쑤였다. 그의 이론 역시 모순적이어서 집단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절대 가치로 놓으면서도 비밀결사를 통해 추구하는 방법론적 부정에 빠지게 돼 결코 주류가 될 수 없었다. 1814년, 농노를 가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1876년 오늘,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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