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비리, 대수술로 완전히 도려내야

입력 2013-06-07 10:54:36

정부가 6일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면직시키고 부품 검증'승인 업무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한국전력기술 사장을 해임키로 했다. 최근 불거진 비리로 원전 안전을 위태롭게 하고 전력 수급에 큰 차질을 빚었다는 점에서 최고 경영자의 문책은 당연하다. 하지만 몇몇이 옷을 벗는다고 뿌리 깊은 원전 비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사태로 물러난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원전 마피아'에 대한 경계의 말을 남겼다. 이는 우리 원전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경고다. 부도덕한 원전 내외부 종사자들의 '검은 거래' 등 구조적 비리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다. 개혁에 저항하며 제 잇속을 채우는 데 급급한 원전 마피아의 손에 계속 원전이 맡겨져 있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원전 비리가 이처럼 고질화된 데에는 감독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등 폐쇄적 원전 운영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러니 대놓고 작당해 부정을 저지르고 무사안일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2012년 각종 비리로 해임된 한수원 직원 32명에게 지급한 퇴직금이 20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만 봐도 몰상식한 운영이 어느 수준인지를 알 수 있다. 원전 안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도 크다.

돈에 눈이 멀어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부도덕한 원전 종사자들은 마땅히 일소되어야 한다. 적당히 고삐를 당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런 독버섯들이 계속 원전 단물을 빨고 있는 한 국민 안전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미봉책이 아니라 곪은 상처를 말끔히 도려내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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