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과 멘토 세대공감] 이재성 대영고 교감-임호민 대영고 교사

입력 2013-06-07 07:21:25

넥타이 vs 운동화…패션 달라도 학생사랑은 '한마음'

◆이재성(56) 봉화 춘양상고 졸업 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졸업 교원자격검정시험 합격 영남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영주 중앙고등학교 교사(1978~1980) 영주 대영고등학교 교사(1983~2013) 영주 대영고등학교 교감(2013~현재) ◆임호민(37) 안동고등학교 졸업 안동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2000년) 영주 대영고등학교 교사(2003~현재)
◆이재성(56) 봉화 춘양상고 졸업 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졸업 교원자격검정시험 합격 영남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영주 중앙고등학교 교사(1978~1980) 영주 대영고등학교 교사(1983~2013) 영주 대영고등학교 교감(2013~현재) ◆임호민(37) 안동고등학교 졸업 안동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2000년) 영주 대영고등학교 교사(2003~현재)

선배와 후배 사이는 마냥 다정스럽지만은 않다. 후배에게는 선배가 항상 든든한 후원자이지만, 한편으로는 넘어서고 싶은 욕망이 함께하는 미묘한 관계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끈끈한 유대감이 넘쳐 흐른다. 선배들이 잘 가꿔놓은 탄탄대로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대 간 갈등은 교단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신세대 교사들과 학생들 간에 벌어지는 SNS 소통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선배들이 배워야 할 문화이기도 하다.

21세기 교사들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학생, 학부모는 예전처럼 순순히 따라와 주질 않고 '스승다운 스승이 없다' '교사의 권위가 무너졌다' 는 등 부정적인 말도 많이 듣는다. 교사들 스스로 그리고 있는 스승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31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선배 이재성(56) 영주 대영고등학교 교감과 10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임호민(37) 교사는 같은 직업을 갖고 같은 길을 가는 선후배 사이다. 이들의 각오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훌륭한 스승의 길이다. 선배와 후배로 같은 길을 살아가는 두 교사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사의 길을 선택한 계기는?

▶이재성: 가정형편이 어려워 그저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직업이 뭔가 고민하다 교사직을 선택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었다. 사람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업체에 가서 열심히 상품을 생산해봤자 소비되면 그만이지만 인재를 키우는 것은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판단해서 교직에 몸을 담게 됐다. 교사의 길을 걸으면서 대학원도 다닐 수 있어 꿈을 해결했다.

▶임호민: 지금은 모두 퇴직했지만, 부모님 모두 교직에 종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직에 대한 호감과 소명의식을 가진 것 같다. 아주 어릴 때는 무덤덤하게 생각했는데 성장해서 보니까 자랑스러운 점이 많았다. 부모님과 제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모습, 집안에 경조사가 있을 때 제자들이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 교직에 대한 보람이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옆에서 보니까 부모님이 아쉬워하시는 부분도 있었다. 부모님으로서는 성공한 제자, 그렇지 않은 제자 모두 근황이 궁금한 것 같은데 주로 사회적으로 기반을 닦은 제자들이 찾아온다는 점이었다.

-선후배 교사들에게 서로 하고 싶은 말은?

▶이재성: 가치관의 차이가 큰 것 같다. 자유분방한 청바지 세대의 의사표현과 행동에서 세대 차이를 느낀다. 신세대 교사들과 학생들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개선됐으면 한다. 신세대들은 뭐든지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려는 것이 없다. 버릇없고 경박스러운 것도 문제다. 하지만, SNS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은 부럽다.

▶임호민: 선배 교사들의 모습은 분명히 우리 세대와 차이가 난다. 일단 정장을 즐겨 입고 사명감이 높다. 주말도 없을 만큼 학교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가족과의 소통보다는 집에 가서도 학교 걱정하는 것이 우리와 많은 차이가 난다.

우리 젊은 교사들은 학교에서는 맡은 바 업무를 열심히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서는 가족과의 소통과 레저를 즐기는 편이고 자기 개발에 특히 신경을 쓴다. 선배교사들의 열정은 존경하지만, 최소한 주말만큼은 가정과 자기 개발도 소홀히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선배 교사들은 여러 가지 학생 문제가 생겼을 때 유연하고 노련하게 대처해 보기 좋다.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과 과거의 교직문화가 어떻게 달라졌나?

▶이재성: 교권이 많이 약화해 있다. 옛날에는 말 그대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엎드려 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교사가 불합리한 것을 지시해도 다들 따르고 했다.(뒤에서 욕을 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어렵다. 자신들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항의하기도 한다. 문제는 학생들보다 학부모들이 많이 변한 것 같다. "네가 잘못했지"가 아니고 "선생이 잘못했지"로 바꿨다. 부모들이 학생 편에 서서 생각하고 항의한다. 사회문화가 많이 변했다.

▶임호민: 교직문화가 과거의 수직사회에서 수평사회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오랫동안 교직사회를 지배해온 전통적인 교직관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주입식 수업보다는 아이디어를 활용한 각종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수업에 흥미를 갖게 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복장 같은 것도 차이가 난다. 우리는 캐주얼에 운동화 차림도 한다. 넥타이 차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지만, 선배들은 정장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젊은 교사는 사고가 개방적이고 행동이 자유롭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자율적인 교사상을 심어 나가려는 젊은 교사들의 노력을 선배 교사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

학생들과의 소통에서 우리 젊은 교사들이 아무래도 학생들의 문화를 더 공감하는 편이니까 좀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선배 교사들이라도 학생과의 소통에 노력하는 분들은 호응이 좋다. 신'구 문화를 떠나 소통하려는 노력과 열정을 보이면 학생들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학교에 퇴직을 앞둔 원로 선배 교사가 있는데, 늘 학생들과의 소통에 노력하니까 아이들이 젊은 선생을 제쳐놓고 최고로 좋아한다.

-기억에 남는 제자는?

▶이재성: 1984년 3학년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이 무면허 음주교통사고를 내고 문제가 돼 퇴학시켜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을 내부적으로 숨기고 일찍 군대에 보내 무탈하게 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 그 학생이 경찰이 돼 열심히 근무하는 것을 보면서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끝까지 보살펴주고 감싸준 것이 그 학생에게는 약이 됐다.

▶임호민: 지난해 겨울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어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십시일반 용돈을 모아 목도리를 사주었고, 반 전체 아이들이 힘내라고 격려의 편지를 써 내게 전달했다. 남학생들이 그렇게 하니까 놀랐다.

-교직에 몸담은 것을 후회한 적이 있나?

▶이재성: 후회한 적은 없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시청 민원실이나 은행 등 곳곳에 제자들이 몸담고 있어 일을 보러 가면 제자들이 업무처리를 대신해주기도 하고 여러 선생님과 같이 있을 때 제자들이 스승을 챙겨줘 주위에 체면도 서고 보람을 느낀다.

▶임호민: 우리 사회의 교사에 대한 고정관념은 '교사는 천직(하늘이 준 직업)이다'라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 부담된다. 그러나 신세대 교사들은 교사가 하늘이 준 직업이라는 막연한 소명의식보다는 자유로운 사고와 개성이 존중되는 하나의 직업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젊은 교사라고 해서 나라의 내일을 이끌어갈 2세를 교육한다는 사명감과 책임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본다.

-서로에게 바라는 것은?

▶이재성: 젊은 교사들은 신세대라서 그런지 자기주장이 강한 것이 문제다. 너무 강해서 예의범절이 없는 것으로 오해할 때가 있다. 나보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청바지에 티 차림으로 교단에 서는 모습이 보기 싫다. 교사로서 품행을 지키기 바란다.

▶임호민: 학교가 학생들은 물론 신'구 교사들과의 소통도 원활해 분위기가 좋다. 올해 고 3 담임을 처음 맡았는데 부담도 되고 걱정이 많이 되지만 수능 대박이 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양화, 전문화에 따른 사회 변화에 맞춰 교사의 사고방식도 폭넓고 개방적이면서 전문성을 띠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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