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 통상임금확대

입력 2013-06-07 07:44:17

'1개월내 임금지급' 기준 한정해야 vs 모든 수당·상여가 통상임금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재계와 노동자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재계와 노동자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정덕화 대구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정덕화 대구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미국 방문에서 미국 GM의 댄 애커슨 회장으로부터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정기적 일률적 지급액'이라고 돼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연장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로 등에 대해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을 '통상임금의 반'이라고 명시해 통상임금에 대한 확대 여부에 따라 지급액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1996년 2월 '매월 지급되지 않더라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1년에 한 번씩 지급되는 체력단련비, 월동보조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는 판결을 했다. 또 2012년 3월 '정기적인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통상임금 확대 적용'에 대한 논의가 노사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에 대해 노조 측과 경영자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정덕화 대구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시 기업의 추가적인 비용 부담에 대해서 노동계와 경영자 간 금액 차이가 큰 이유는.

▶경총과 노총의 지난 3년치 초과급여 추가부담액 추계는 각각 5조8천억원과 5조7천억원으로 거의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경총은 지난 3년 초과급 외에도 향후 매 1년분의 직접노동비용(초과급여, 연차수당, 변동 상여금)과 간접노동비용(퇴직금 충당금, 사회보험료)을 합쳐 계산했을 때 총 38조5천억원의 기업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즉 모든 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의 상승은 직간접의 노동비용에 연쇄상승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총노동비용 상승분을 기준으로 기업의 추가부담액을 추정한 경총의 수치가 더 합리적이다.

-통상임금을 확대 적용할 경우 3년치 임금을 소급해 돌려받게 된다. 근로기준법 49조는 임금채권 시효를 3년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소급적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하는가.

▶통상임금 확대는 38조5천억원의 기업 부담이 발생해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정도의 막대한 부담이다. 따라서 통상임금 확대 소급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는 문제보다는 그동안 정부 지침과 판례에 따라 노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인정해온 노사자치의 노동법 질서를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기회에 우리와 비슷한 임금체계를 가진 일본과 같이 통상임금의 정의를 '1개월 내에 지급하는 임금'으로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근본적으로 경직된 연공서열적 임금체계를 생산성과 연계된 직무급으로 개편하여 노사 간 불필요한 마찰을 해소해야 한다.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과 수당 등이 포함되면 대기업과 정규직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근로자들 간에 임금 양극화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 38조원 중 14조3천억원이 중소기업의 몫이다. 거기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처럼 쌓아둔 대손충당금도 많지 않아 통상임금 확대 시 거의 모든 중소기업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결국 열악한 중소기업은 비용 부담이 어려워 고용조정을 하거나 폐업, 임금동결, 삭감 등이 불가피하여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또 연간 추가비용 8조8천억원 중 임시 및 일용근로자에 대한 부분은 678억원으로 전체의 0.8%에 불과한 수준으로 혜택도 크게 보지 못하고 오히려 고용불안에 직면할 것이다.

-통상임금 확대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경총은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일본처럼 월급 지급 때 함께 주는 돈만 통상임금으로 규정할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종래 대법원과 고용노동부는 '1임금지급기'(한 달 주기)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항목만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왔다. 그렇게 보면 분기나 반기 또는 연 단위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나 명절보너스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동안 기업들은 이러한 행정지침과 판례를 신뢰해 임금항목을 정해왔고 이를 기초로 노조와 임금협약을 체결해 온 것이다. 최근의 판례는 노사 간의 신뢰와 관행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더욱이 중대한 입장의 변경임에도 불구하고 전원합의체를 거치지 않은 문제도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사법부는 통상임금의 성격과 취지에 맞게 1임금 산정기간 내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명확한 기준을 세워줘야 할 것이다.

-통상임금 확대 문제 해결책으로는 어떠한 것이 있겠는가. 법으로 규정해야 하나, 아니면 노사간의 합의를 통해 조정해야 하나.

▶현재의 임금체계는 1992년도에 시행된 정부의 총액임금제를 기업들이 따르다 보니, 기본급이 아닌 각종 수당들을 추가해 임금체계가 복잡해진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임금체계에 노동계도 동의해왔다는 점에서 노사자치와 관행을 반영해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정해야 한다. 다양한 방식의 입법이 논의될 수 있겠으나, '1임금 산정기간 내에 지급되는 임금'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방식이 노사 간의 분쟁을 명백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희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시 기업의 추가적인 비용 부담에 대해서 노동계와 경영자 간 금액 차이가 큰 이유는.

▶경총은 통상임금 산정에서 기준이 되는 노동자 수를 1천340만 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1천34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정기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며 2010년 이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00만 명,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가 200만 명이라고 하는데 1천600만 노동자들 중 1천340만 명은 어디서 계산된 숫자인지 알 수가 없다.

만약 경총의 주장대로 1천340만 명의 노동자 3년치 임금 소급분이 38조5천억여원이라면 재계는 3년 동안 수십조원의 노동자 임금을 착복해 온 것이다.

-통상임금을 확대 적용할 경우 3년치 임금을 소급해 돌려받게 된다. 근로기준법 49조는 임금채권 시효를 3년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소급적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하는가.

▶대법원의 최근 판결을 따르는 것이 가장 맞다. 일부 기업들이 조세피난처로 지난 1970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7천790억달러(890조원)를 빼돌렸다. 경총이 통상임금 확대 적용 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금액에 비해 무려 23배 많은 금액이다.

또 2012년 10대 대기업의 순이익은 총 38조원에 이른다. 이렇듯 기업들은 돈이 없어서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 아닌 만큼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과 수당 등이 포함되면 대기업과 정규직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근로자들 간에 임금 양극화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양극화 심화는 통상임금 문제의 핵심 쟁점이 아니다. 오히려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1년 주식배당금으로만 수백억원씩 챙겨가는 재벌들을 향한 사회적 비판의 화살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려는 얄팍한 꼼수에 불과하다. 노동 관련 부처 간에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진정으로 염려하는 것이라면 시간당 4천860원인 최저임금부터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대법원 판결부터 이행해야 한다.

-통상임금 확대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하나? 한국경총은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일본처럼 월급 지급 때 함께 주는 돈만 통상임금으로 규정할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통상임금 문제의 본질은 기본급을 낮게 책정하는 대신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과 상여금을 늘려 왔던 비정상적 임금구조에 있다. 그러나 법리상 통상임금은 '예측이 가능한 임금'으로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번 달에 받을 임금, 이번 달 우리 가정의 지출을 결정하는 임금'이다. 이에 따라 매월 지급되는 수당과 정기적 상여금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번 달에 받을 임금, 즉 통상임금이다. 법원은 일관되게 이러한 판결을 유지해 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통상임금의 기준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등을 점차 유연하게 해석해 왔으며 1996년 대법원은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이라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였고 2012년 대법원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모든 수당과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한다.

-통상임금 확대 문제 해결책으로는 어떠한 것이 있겠는가. 법으로 규정해야 하나, 아니면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조정해야 하나.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은 그간의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와 책임에 대한 사과도 없이 노사정 대화를 제안했다. 노사정의 당사자인 민주노총에는 어떠한 공식 제안도 없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통상임금 논란을 무마하려고 하는 것이다.

노사정 대화는 수당과 정기상여금을 기본급화하는 등 임금체계의 정상화, 노동시간 단축의 방향이 인정된 가운데 진행돼야 한다. 또 고용노동부는 하루빨리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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