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부모와 대화 거부하는 아이

입력 2013-06-06 11: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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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인 여자아이가 집에서 말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얼굴은 늘 불만에 차있고 무기력한 태도와 기가 죽어 있는 표정으로 입을 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합니다. 학교에서 몇몇 친구들과는 대화를 하면서도 집에서는 사소한 일상대화조차도 결코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꼭 필요한 것에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게 '응' 정도의 의사표현을 할 뿐입니다.

양육과정을 생각해 보면 저와 갈등관계에 있는 아내는 완벽하고 강한 성격으로 아이를 지나치게 과잉보호하며 키웠습니다. 또 제게 화가 나면 그때마다 아이에게 분풀이를 하고 화를 냈습니다. 특히, 아이가 요구하는 사소한 것도 모두 거절했고 아이가 원하는 휴식과 자유를 박탈하며 잠시도 편하게 해주질 않고 아이를 좌절시켜왔습니다. 지금 공격적인 모습으로 말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 너무 답답하고 불안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화를 거부하는 아이의 행동 때문에 답답해하고 불안마저 느낀다는 귀하의 심정이 헤아려집니다. 귀하의 자녀는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친구들 앞에서는 말을 하지만 부모에게는 말하기를 거부하는 문제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말할 상대와 장소를 선택해서 말할 장소에선 말하고 말을 안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장소에선 말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으로 보여집니다.

선택적 함구증을 보이는 아이들은 대체로 수줍음이 많고 불안해하고 고집이 센 편이며 화를 잘 내곤 합니다. 또한 언어보다는 몸짓, 고개 끄덕이기, 몸 잡아당기거나 밀치기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아이의 사회관계에 상대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켜 소외를 당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힘들 수도 있음이 예상됩니다.

우선 부모는 아이의 '선택적 함구'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주변 상황에 너무 화가 나서 말하기 싫은 경우이고, 둘째는 말을 안 함으로써 타인에게 불안을 유발시켜 심리적으로 처벌하려는 경우이며, 셋째는 자신이 말을 함으로써 평가가 부정적이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경우입니다.

특히 귀하 자녀의 문제행동을 양육 과정과 함께 살펴볼 때, 부부 갈등의 영향을 들 수 있습니다. 아내는 부부갈등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아이에게 밀착하여 과잉보호와 과잉기대를 요구하며 끊임없이 아이의 욕구를 좌절시켜 왔다는 것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아이에게 불안과 분노를 주는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특히 아이는 이 과정에서 어머니의 화풀이 대상이었으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신의 욕구를 계속 좌절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는 부모에게 의사를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무의식적으로 부모를 거부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지금 귀하의 아이에게는 말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말을 안 하고도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진적인 방법으로 행동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면 질문을 할 때도 "무엇이 필요하니?"란 말보다는 필요한 물품을 두고 "네가 필요한 것은 골라보렴" 하며 격려하면서 표현의 능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부부갈등의 희생양이 된 아이에게 부모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합니다. 아이는 어쩌면 '말하는 것을 거부'하기보다는 불안한 가족관계 속에서 '말하고 싶어도 불안해서 말하기가 두려운 아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변화된 모습과 따뜻하고 허용적인 사랑은 '말하는 아이'로 변화하는 데 꼭 필요한 약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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