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日 펀드 한달새 '날개없는 추락'

입력 2013-06-06 10:17:01

아베노믹스 역풍에 휘청…최근 1주 수익률 -5.88%

지난해 말 일본 주식형 펀드에 1천만원을 투자한 직장인 이 모(40) 씨. 일본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펀드가 고수익을 올리자 올 4월 1천만원을 더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증시 추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씨는 "일본 증시 하락이 일시적 현상인지, 장기적 현상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펀드 처분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공행진하던 일본 증시가 휘청거리면서 일본 펀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펀드의 수익률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은 환매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월 수익률 급락, 폭락 이후 자금유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월 한 달 일본 펀드 평균 수익률은 0.89%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1주일(5월 27∼31일) 동안 수익률은 -5.88%까지 떨어졌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일본 펀드는 1월 7.7%, 2월 2.3%, 3월 6.9%에 이어 4월 10.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평가 대상 23개 일본 펀드 가운데 5월 한 달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상품은 3개에 불과했다.

지난달 23일 일본 닛케이 225지수가 7.3% 폭락한 후 일본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일본 주식형 펀드에서 최근 1주(지난달 27일~이달 3일) 동안 283억원이 순유출됐다. 올 들어 1월 116억원, 2월 249억원, 3월 574억원, 4월 381억원의 자금이 유입되었지만 최근 상황이 반전된 셈이다.

이에 대해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국내 기관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기관들은 이미 40% 가까운 수익을 봤기 때문에 일본 증시 폭락에 대비해 자금을 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트폴리오 조정 중, 환매 신중 시각도

일본 펀드 수익률 하락은 일본 증시 급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초 이후 40% 가까이 오르며 초강세를 보이던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최근 열흘 동안 12% 정도 떨어졌다. 현재 일본 증시 급락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해석은 상반된다. 아베노믹스 부작용이 표출된 것인 만큼 본격적인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가 있는 반면 단기 급등에 따른 일시적 조정 현상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주식형 펀드 투자전략도 엇갈리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 펀드는 최근까지 상당히 오른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은 차익을 실현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투자에 나서 고수익을 올린 경우라면 일단 차익실현을 하는 것이 맞다. 투자자 자신이 단기 효과를 기대하고 투자를 한 것인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한 것인지 여부를 냉철하게 따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매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펀드에서 이전과 같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섣부른 환매는 금물이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 노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환매 시점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가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투자를 염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베노믹스는 정책 초기 단계라 실패 여부를 운운하는 건 시기상조다. 올 들어 일본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최근 조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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