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상점 10곳 중 7곳 에어컨 틀고 문 활짝, 문 닫으면 손님 안
한낮 최고기온이 31℃를 기록한 5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동성로. 엑슨밀라노 맞은편 7곳의 가게 6곳은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가게 대부분은 옷과 신발 등을 파는 곳이었다.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던 한 신발가게 점원은 "문을 열어두지 않으면 손님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그래도 에너지 절약은 해야 하니 30분 간격으로 에어컨을 껐다 켰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옷가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의 사정은 더 심각했다. 이날 대구백화점~중앙파출소 구간에 모여 있는 옷가게 중 2곳을 제외하고는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출입문을 열어두고 영업을 하고 있는 한 옷가게의 1층 매장은 에어컨이 강하게 틀어져 있었다. 이 가게 2, 3층 또한 에어컨이 강하게 가동 중이었다. 이 가게 1층 매장 실내온도는 24.4도였지만 같은 강도로 틀어진 2, 3층보다 체감온도가 더 높았다. 이 매장 점원은 "에어커튼이 작동하고 있어 괜찮다"고 말했지만 기자가 이 가게를 출입할 때 에어커튼으로 나오는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전력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5일 오후, 대구 동성로의 상점 대부분은 출입문을 열고 영업을 하거나 적정냉방온도(24~28도)를 지키지 않는 등 전력난에 대해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엑슨밀라노~중앙파출소 구간의 가게 78곳 중 문을 닫고 영업한 가게는 22곳으로 전체의 28.2%에 불과했다. 문을 열고 영업하는 가게들은 대부분 의류, 신발 등을 파는 가게였다. 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점들은 "문을 닫으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신발가게 점원은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가게가 영업을 한다는 생각을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문을 열어둔다"고 말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8) 씨는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지금의 전력난이 문 열어놓고 장사하는 상인들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오히려 전력 수급 관리를 못 한 정부에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출입문을 닫고 영업을 하더라도 인테리어 때문에 적정냉방온도보다 더 낮은 온도로 냉방을 하는 곳도 있었다. 한 화장품 가게는 에어컨 냉방 희망온도를 22도로 맞춰놓았다. 이 화장품 가게 점원은 "22도로 틀어놓지만 가게 안에 화장품 진열을 위해 등을 켜 놓은 곳이 많아 온도가 쉽게 올라간다"며 "22도로 틀어놓아도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청에서는 이날 동성로 주변 상가들을 직접 방문해 '문 열고 냉방하지 않기' '적정냉방온도 지키기' 등 전력난에 따른 에너지 절약을 부탁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아직 정부로부터 출입문을 열고 냉방하거나 적정냉방온도를 지키지 않는 가게에 대한 단속 지침이 내려오지는 않았다"며 "전력난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구청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에 대한 홍보를 먼저 시작해 도심 상가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