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구청에 임산부 주차장 있었나요"

입력 2013-06-06 09: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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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 드물고 구석진 곳 위치 찾기 힘들어…너비 좁아 임산부 간신히 승하

대구 공공기관의 임산부전용 주차장이 찾기 힘든 위치에 있거나 너비가 좁아 이용하기 불편하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공공기관의 임산부전용 주차장이 찾기 힘든 위치에 있거나 너비가 좁아 이용하기 불편하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4일 오후 대구시청 앞 주차장. 입구로 차를 몰면 오른쪽에 어른 허리 높이의 노란 입간판이 보인다. '임산부전용'. 유심히 봐야 찾을 수 있고, 글씨도 작아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정돼 있지 않고 이동식인 간판 앞의 바닥에는 흰 주차선만 그어져 있었다. 임산부전용 주차장임을 표시하는 분홍색 선이나 '임산부'란 글씨, 배부른 여성 모양의 그림은 없었다. 3면의 대구시청 임산부전용 주차장 중 1면에는 중형 외제차가, 다른 1면에는 대구시 직원이 세워둔 승합차가 세워져 있었다. 나머지 1면에는 경차가 있고 바닥엔 '경차'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차가 이동하는 통로 길옆 원래 자리에서 구석의 경차 전용 주차장으로 입간판만 옮겨놓은 것.

대구 공공기관의 임산부전용 주차장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찾기 힘든 위치에 있거나 너비가 좁아 이용하기 불편하고, 안내판도 없거나 있어도 모양이 제각각이다.

◆접근'안내 부족하고 너비 좁아=임산부 주차장은 공공기관 내 찾기 힘든 위치에 있거나 홍보가 안 돼 정작 임산부들이 이용하는 경우는 적었다. 대부분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었고, 건물 입구 등 비교적 찾기 쉬운 곳에 있더라도 안내간판이 없어 찾기가 쉽지 않다. 주차선도 눈에 띄는 분홍색이 아니라 흰 선으로 돼 있어서 구분해 알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서구청의 경우 청사 입구 양쪽으로 1면씩 총 2면이 있지만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눈높이의 안내간판은 없었다. 주차 바닥에 흰 글씨로 '임산부'라고만 적혀 있다. 한 남성이 임산부 주차장에 세워둔 스포츠카를 빼자 '임산부' 글씨가 드러났다. 일단 주차를 해버리면 임산부 주차장임을 나타내는 글씨가 가려져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청사 건물 동쪽 모서리 부분에 1면만이 있는 북구청은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서 30여m를 다시 이동해야 찾을 수 있었다.

임산부 주차장임을 알리는 안내간판의 크기와 높이도 제각각이다. 허리 높이의 이동식 안내판부터 2m 높이의 철제 안내판 등 일정한 규정 없이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안내문도 '여성전용' '임산부전용주차구역' '협조 부탁드립니다, 임산부에게 양보해 주세요' 등 기관마다 달랐다. 특히 대구시청의 경우 지정된 공간을 따로 표시하지 않고 이동식 플라스틱 간이 입간판만 세워두고 있었다.

임산부 주차장 크기도 배가 부른 임신부들이 차 문을 열고 내리기에는 비좁다. 장애인 주차 구역은 너비가 3.3m이지만 임산부전용주차 구역은 2.3m로 일반 주차장과 동일하거나 작은 곳도 있다. 북구청의 임산부전용 주차장은 너비가 경차 주차장(너비 2m) 정도의 크기에 불과해 바로 옆 공간에 중형차가 주차를 하면 아예 차를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비좁다.

황정희(35'여'동구 방촌동) 씨는 "안내판도 없고 홍보도 돼 있지 않아 임산부 주차장을 찾기가 어렵다"며 "몸이 무거워 운전과 승하차에 애로를 겪는 임신부에겐 다른 주차공간에 비해 더 넓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말했다.

◆낮은 임산부 주차장 비율=공공기관의 임산부 주차장 확보율은 미흡하다. 달서구청의 경우 총 주차장 222면 중 임산부 주차장이 2면(0.9%)으로 확보율이 채 1%도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북구청이 87면 중 1면(1.1%), 중구청이 237면 중 3면(1.3%), 대구시청이 230면 중 3면(1.3%) 등의 순이다.

또 임산부임을 나타내는 공식 표식이 따로 없고, 과태료 등 일반인이 임산부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규정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4일 중구청에는 '여성전용' 안내판이 있는 주차장 3면에 차선을 물면서 차량 4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 중 3대에 '대구광역시 중구청'이라는 표식이 운전석 앞 유리창에 붙어 있다. 같은 날 수성구청은 임산부만을 위한 공간은 따로 없고 '여성전용 주차장'이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임신부나 아이를 데리고 온 여성 등 배려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일반 여성 민원인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어서 다른 일반 주차장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대구시청 주차관리 관계자는 "임산부인지 가려내기도 힘들고 단속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민원인들이 막무가내로 주차를 하고 있다"며 "주차공간이 없는데 빈 공간으로 두는 것보다 잠시 볼일을 보고 올 테니 주차를 하면 안 되느냐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권삼수 대구시 교통관리과장은 "전체 주차공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산부 주차공간만 넓히게 되면 기존 민원인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등 한계가 있다"며 "임산부 확인과 위반차량 처벌 등이 어려운 현실에서 기존에 마련된 임산부 주차장을 보강해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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